품종은 콜리. 한때 텔레비전 광고에도 등장했던 꽤 멋있는 개다. 머리가 좋아 훈련이 쉽고 사회화가 잘 되면 훌륭한 반려견으로 성장할 수 있다고 한다. 수도원에서 키우는 여타 잡종견과는 달리 족보 있는 개라고 해서 다들 새로 입회한 강아지에게 관심이 많다. 수사님들이 너무 귀엽고 멋있다며 간식도 엄청 챙겨주신다. 다른 개들이 부러워 질투한다.
그런데 한 수사님이 이렇게 여러 사람이 만지고 간식도 아무 때나 가져다주면 옆에 있는 다른 잡종견들처럼 버릇없고 멍청해진다면서 훈련을 시키겠다고 나섰다. 귀족 개를 다른 잡종견처럼 내버려 두지 않겠다는 것이다.
우리는 그 수사님의 의견에 동의하면서 강아지 훈련사에게 보내면 어떻겠느냐고 제안했다. 하지만 그 수사님은 당신이 직접 이 콜리 강아지를 훈련시키겠단다. 강아지를 훈련시켜본 경험이 없는 수사님을 의심의 눈초리로 쳐다보니 자신만만해하며 무조건 믿고 맡겨보란다.
훈련을 담당한 그 수사님은 서점에 가서 강아지 훈련에 관한 책을 잔뜩 사가지고 오셨다. 혹독한 훈련이 시작되었다. 앉아, 일어서, 기다려, 짖어 등등 사람의 말을 알아듣게 하려고 엄청 애를 쓰신다. 훈련 시간은 거의 하루 종일이었다. 우리는 수사님께 정도껏 하라고 충고했지만 필이 꽂힌 수사님은 아랑곳하지 않고 훈련에 매진하였다. 시달리는 강아지가 불쌍했다.
그렇게 어느덧 일 년이 흘렀다. 드디어 훈련을 맡은 수사님이 모든 훈련 과정을 마쳤다면서 시연을 하겠단다. 마당에 모인 우리는 시연을 지켜보았다. 그 수사님은 앉아, 일어서, 기다려, 짖어, 굴러, 점프 등등 무려 20가지의 명령어를 선보이며 잘 따라주는 강아지를 자랑스러워하신다. 우리 모두는 놀라움을 금치 못하며 격려의 박수를 보내었다.
하지만 황당한 사건이 생겼다. 며칠 뒤 강아지가 갑자기 사라졌다. 열흘이 지나도 강아지는 돌아오지 않았다. 동네 어르신의 진술에 따르면 낯선 사람을 따라 수도원 밖으로 나갔다는 것이다. 우리는 훈련 담당 수사님께 왜 낯선 사람을 안 따라가게 하는 훈련은 시키지 않았느냐고 추궁했더니 그런 일은 상상도 못했단다.
그렇게 콜리 강아지는 허락도 없이 수도원을 퇴회하였다.
글 _ 안성철 신부 (마조리노, 성 바오로 수도회)
1991년 성 바오로 수도회에 입회, 1999년 서울가톨릭대학교 대학원에서 선교신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2001년 사제서품 후 유학, 2004년 뉴욕대학교 홍보전문가 과정을 수료했으며 이후 성 바오로 수도회홍보팀 팀장, 성 바오로 수도회 관구장 등을 역임했다. 저서로 「신부생활」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