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루살렘 OSV] 10월 13일 이스라엘-하마스 평화 합의 이후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 찾아온 불안정한 평온은 소수의 그리스도인 공동체에 큰 위로가 되지 못하고 있다. 같은 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스라엘과 이집트를 방문해 휴전에 합의한 후 일부 구호 물품이 전달됐지만, 현지 상황은 여전히 위태롭다.
교황청 팔레스티나 선교회 요셉 하즈분 예루살렘 지부장은 10월 28일자 보도자료에서 “휴전이 시작된 뒤에도 민간인 다수가 사망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약속된 구호 활동도 목 졸리고 있으며 식량 차량 진입도 제한되고 축소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하즈분 지부장은 전쟁 발발 이후 교황청 팔레스티나 선교회 구호를 총괄하고 있다.
하즈분 지부장은 특히 가자지구 그리스도인 공동체가 현재의 취약한 정세로 인해 심각한 위협에 직면해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가장 시급한 위협은 기아”라며 “식량 등 인도적 지원이 이제 막 ‘빗물처럼’ 들어오기 시작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가자지구 그리스도인 대부분의 주거지가 파괴돼 남아 있는 그리스도인 가정은 흩어지고 집을 잃었다. 이들은 현재 성가정성당과 성 포르피리오스 그리스정교회에 거의 전적으로 의지하고 있는데, 교회들도 신자들을 지원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의료 체계의 붕괴도 큰 문제다. 하즈분 지부장은 “부상과 질병에 시달리고 있는 그리스도인 공동체는 불확실한 미래로 고향을 떠나야 하는 상황”이라면서 “그리스도인 공동체 존재 자체가 위태로워지고 있다”고 밝혔다.
현지 집계에 따르면, 현재 가자지구에 남아 있는 그리스도인은 596명, 207가정으로 파악된다. 이 가운데 214명(71가정)은 성 포르피리오스 교회에, 382명(136가정)은 성가정성당에 피신 중이다.
구호 활동은 “속도가 붙고” 있지만 여전히 운영 규정과 제한으로 제약을 받는다. 10월 11~22일 사이 1098대의 트럭이 식량과 텐트, 담요, 위생용품, 의약품 등 필수 물자를 하역했지만, 이스라엘 측이 “일부 단체에는 특정 품목 반입 권한이 없다”는 이유로 여러 구호 요청을 거부한 사례도 있었다고 전했다. 교육 공백은 다음 세대에 치명적이다. 하즈분 지부장은 “2년 동안 아이들은 교육받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가자지구의 평화는 여전히 어려운 과제다. 하즈분 지부장은 “이스라엘이 국경을 통제하고 접근을 거부하는 한 교회가 대규모로 개입을 계획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가까운 미래가 어떻게 전개될지 분명치 않은 지금 합의가 ‘2단계’로 진전돼 본격적인 인도적 개입이 가능해지기를 지켜보는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