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
래전의 일입니다.
삼십 년이 훨씬 넘었으니까요.참으로 좋은 연인을 만나
고백을 했었답니다.
“이 세상 사람들은 다 믿지 못해도 당신만은 믿습니다.
당신이 나를 위해 목숨까지 바친 사랑 한 치도 의심 없이 믿나이다.
당신 사랑 보답코자 나도 당신을 떠나지 않겠나이다.”
그리고 그 약속을 지켜왔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라이벌이 생겼습니다.
따뜻한 봄날에 그것도 어버이날에, 반질반질 윤기가 자르르한 새까만 눈동자의 주인공이 그만 내 연인의 라이벌이 되고 말았답니다.
생각만 하여도 미소가 번지고 기쁨이 샘솟게 하는 까만 눈동자의 새 연인은 원래 연인의 정말 만만치 않은 라이벌이 되고 말았답니다.
새 연인은 날로날로 매력 덩어리로 내 마음을 사로잡기 시작했습니다.아랫니 세 개를 내보이며 웃음 지을 때,
음악을 들으면 상반신을 끄덕끄덕거릴 때,
한국 토종 짧은 고사리손으로 TV 전원을 끌 때,
1주일에 한 번 보는 할미를 어찌 알고 덥석 온몸으로 안겨 올 때,
앞짱구 뒤짱구 머리통을 관리하며 엎어져 자는 모습 볼 때,
다양한 모습으로 마음을 사로잡는답니다.
그래서 원래의 내 연인에게 미안하여 고백을 했죠.
어떤 신기한 라이벌이 어디서 왔는데,
당신만큼 좋고 사랑하게 되었다고….
그랬더니 글쎄,
“걔가 나야!” 그러지 않겠어요?
새 연인 손주가 원래 연인 예수님이었기 다행이지, 아니면 갈등이 꽤 클 뻔했답니다.
글 _ 곽외심 (글라라, 수원교구 분당성요한본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