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오 14세 교황이 10월 27일 바티칸 성 베드로 대성전에서 교황 교서 「희망의 새로운 지도 그리기」에 서명한 후 문헌을 들어보이자 교황청 문화교육부 장관 조제 톨렌티누 드 멘돈사 추기경이 박수를 치고 있다. OSV
풍요로운 교회 교육 역사 기념
공의회 선언의 가르침 되새겨
위기의 시대에 복음 정신에 맞춘
인간 중심적 교육 펼칠 것 강조
레오 14세 교황이 10월 28일 제2차 바티칸 공의회 문헌인 그리스도인 교육에 관한 선언 「교육의 중대성」 반포 60주년을 기념해 교황 교서 「희망의 새로운 지도 그리기」(Disegnare nuove mappe di speranza)를 발표했다. 교황 교서(Litterae Apostolicae)는 교황의 사목 차원 문헌에서 회칙 다음으로 권위를 지니는 문서로, 신앙 혹은 특정 사목 사안에 대해 권고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교황은 교서에서 「교육의 중대성」을 통해 이룬 ‘교회의 풍요로운 교육의 역사’를 기념하는 동시에 급격한 기술의 발전 속에 복잡하고 파편화된 교육 환경에 맞서 가톨릭 교육이 시대의 등대가 되어 “새롭게 희망의 지도를 그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새 교서는 11항으로 구성됐으며 항마다 2~4개 문단 분량의 구체적 설명을 덧붙이는 형식으로 작성됐다. 각 항은 △서문 △역동적인 역사 △살아있는 전통 △「교육의 중대성」의 나침반 △인간 중심 △정체성과 보조성 △창조에 대한 묵상 △교육의 별자리 △새로운 공간 탐색 △교육 협약의 지침 △희망의 새로운 지도 등을 주제로 한다.
레오 14세 교황이 10월 27일 바티칸 성 베드로 대성전에서 교황청 문화교육부 장관 조제 톨렌티누 드 멘돈사 추기경이 지켜보는 가운데 교황 교서 「희망의 새로운 지도 그리기」에 서명하고 있다. OSV
교황은 교서를 통해 “기술은 인간을 대체하기보다 섬겨야 하며 공동체를 빈곤하게 만들지 않고 교육 과정을 더욱 풍요롭게 만들어야 한다”며 “이러한 비전을 제대로 갖추지 못한 교회 내 학교와 대학들은 영혼 없는 효율성과 지식의 표준화에 빠질 위험에 있으며, 이는 결국 영적 빈곤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교황은 이러한 위기에 맞서 “복음의 인도를 따라 인간 중심적 교육을 펼쳐야 한다”고 당부했다. 교황은 “복음은 그 시초부터 ‘교육의 별자리’ 역할, 즉 시대를 읽고 신앙과 이성, 사고와 삶, 지식과 정의 사이의 일치를 수호할 수 있는 겸손하면서도 강력한 경험들을 창출해왔다”며 “동시에 교육은 인간이 중심이 되면서 삶의 의미와 양도할 수 없는 존엄성, 타인에 대한 책임을 발견하도록 돕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교황은 이번 교서와 60년 간극을 잇는 공의회 문헌 「교육의 중대성」의 중요성을 언급하면서 “「교육의 중대성」은 교육이 부수적 활동이 아니라 복음을 교육적 행위와 관계·문화 속에서 구체적으로 실천해나가도록 가르치고 있다”며 “문헌은 교육 공동체가 그리스도의 말씀을 따라 간다면 그들은 후퇴하지 않고 오히려 활력을 되찾으며, 벽을 쌓는 것이 아니라 다리를 놓게 될 것이라는 점을 전해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교황은 “그리스도교적 교육은 영적·지적·정서적·사회적·신체적으로 모든 인간을 포용하며 윤리가 추상적 개념이 아니라 일상 실천이 돼야 한다고 가르친다”며 “이를 통해 교회는 교육이 효율성 측면만이 아니라 정의와 인간 존엄성, 공동선의 측면에서 다뤄져야 한다는 것을 가르쳐왔다”고 전했다.
교황은 「교육의 중대성」이 전하는 가르침의 의미를 다시 되새기고 급변하는 교육 환경에 맞춰 ‘교육의 비전’을 새롭게 다듬을 것을 조언했다. 교황은 “60년 전 「교육의 중대성」은 교육 방식의 발전을 통해 사회의 신뢰가 더욱 굳건해지는 미래를 제시한 바 있지만, 이러한 신뢰는 복잡하고 파편화된 디지털 환경 속에 시험받고 있다”며 “특히 어린이와 청소년을 비롯한 젊은이들이 전례 없이 취약한 환경에 노출되어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모든 교육 기관은 새로운 세대에게 마음으로 다가가며 지식과 그 안에 담긴 의미를 가르쳐야 한다”며 “각 교육 기관들은 젊은이들의 역량을 키우고 그들에게 책임감을 불어넣으며 현 시대의 어둠 속에서 우리 발걸음을 인도해야 한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