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오전 11시30분부터 출근을 준비한다. 주로 재택근무를 하는 터라 집이 곧 일터인데 토요일만큼은 다르다. 어린이부 주일학교 선생님으로서 본당에 출근해야 하기 때문이다. 적어도 낮 12시30분에는 집에서 삼형제 점심을 먹여야 설거지 끝내놓고 1시30분에 집을 나설 수 있으므로 애들이 배가 고프든 안 고프든 그 시각에 밥을 차린다. 식탁에 앉은 아이들이 밥숟가락을 뜨면서 저희끼리 이야기한다. “오늘은 성당에서 뭐 할까?” “비 그쳤으니까 마당에서 놀 수 있겠다.”
본당 어린이미사는 토요일 오후 3시에 있다. 나는 보통 1시 45분쯤 성당에 간다. 교리에 필요한 인쇄물을 출력하거나 부서 활동을 하다 보면 한 시간이 훌쩍 지나지만 우리집 아이들은 그 시간이 지루하기만 하다. 미사 전까지 딱히 할 일이 없어서 놀거리를 찾아 성당 여기저기를 기웃댄다. 성당 주차장 옆 코딱지만 한 화단에서 개미를 구경한다. 일찍 온 다른 아이들이랑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를 해도 시간이 안 가면 괜히 교사실 앞 복도를 어슬렁거리며 엄마가 뭐 하고 있나 감시한다.
무료한 시간은 저녁에도 이어진다. 미사를 드리고 교리를 마친 후 교사들이 모여서 회합하는 동안 우리집 아이들은 간식을 먹으면서 엄마가 회합 마치고 오기를 기다리는 것이다. 그렇게, 삼형제의 토요일은 지루한 기다림으로 채워져 있다. 성당에서 미사를 기다리고 엄마를 기다린다. 금요일 밤마다 아이들은 ‘아, 내일도 성당에 가야 하는구나’ 한숨 쉬지만, 그러면서도 군말 없이 따라온다. 집에서 편하게 쉬는 대신 엄마랑 같이 성당 가서 하루 종일 뭉개는 것을 당연하게 받아들이니 고마운 일이다.
작년 여름, 첫째가 첫영성체를 할 때 나도 교사를 시작했다. 결혼 전 주일학교 교사 생활을 즐겁게 했던 터라 다시금 즐거움을 경험하고 싶기도 했지만, 그보다 더 큰 이유는 불안이었다. 내가 아이들 삶에 신앙을 깊이 뿌리내리도록 할 수 있을까 하는 불안함. 혼자 힘으론 어렵고 주일학교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그저 주일학교를 다니는 거론 부족하다. 아예 내가 교리교사를 하면 어떨까. 그러면 내 아이들도 주일학교에 강하게 결속되겠지. 성당이 미사만 드리는 곳이 아니라 숙제도 하고 놀기도 하고 밥도 먹으면서 뻔질나게 드나드는 곳이 되면 좋겠다. 그런 마음에서 교리교사를 시작했고 역시 잘했다 싶다. 어느덧 아이들은 자연히 주말을 성당에서 보내고 자전거 타고 성당 앞을 지날 땐 잠시 성모상 앞에 가서 인사를 드리기도 하니 말이다.
내가 교리교사로 연차가 쌓이는 만큼 우리집 삼형제도 주일학교 짬이 쌓인다. 부활과 여름, 성탄으로 이어지는 주일학교 행사에 참여하면서 시간의 흐름을 인지하고, 매년 반복되는 전례 속에 안정감을 느끼게 될 것이다. 어느 날엔 아이들이 텅 빈 성전에 앉아 부모와 친구에게 말하지 못한 비밀을 예수님께 털어놓기도 하면 좋을 텐데. 주일학교엔 엄마가 줄 수 없는 좋은 것들이 있다. 그게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글 _ 정신후 블라시아(작가·의정부교구 파주 목동동본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