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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마당] ‘수험생을 위한 기도’ 어떻게 하고 계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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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측량할 수 없이 풍요로운 당신의 사랑으로 저희 아이들을 감싸 주시고, 부족한 가운데 청하는 저희의 이 기도가 하느님의 은총 속에 머무르게 하소서.” 기도를 마치는 순간 눈물이 핑 돌았습니다.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얼마 남지 않아서인지 오늘따라 기도문의 구절구절이 가슴을 먹먹하게 했습니다. 무표정으로 학교와 학원을 오가며 시험을 준비하는 자녀의 불안과 초조함이 제게도 전해지는 기도 시간이었습니다.


올해 고3들은 황금 돼지띠로 출산율이 높았던 세대인지라 작년 수험생보다 3만 명 이상이 늘었습니다. 이런 영향으로 우리 성당의 수험생을 위한 기도 참여자도 늘어나 평소처럼 진행되던 오전 팀과 추가로 직장인들을 위한 오후 팀이 개설되어 기도를 시작했습니다. 또 교리실에서 성전으로 기도 장소도 바뀌면서 ‘넓은 성전을 우리의 기도로 채울 수 있을까?’ 하는 염려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시간을 정해두고 기도가 끊어지지 않도록 해서 하느님 은총을 풍성히 받게 하자’는 신부님 말씀에 따라 추석 연휴 기간에도 성전에 모여 기도했습니다. 자녀에 대한 간절함이 컸기에, 좋다는 것과 해야 한다고 하는 것들은 기꺼이 따르려 애썼습니다. 그렇게 노력하다 보니 긴 기도도 할 만했고, 넓어서 부담스러웠던 성전도 주님을 더 느끼는 거룩한 곳으로 느껴져 기도에 더 집중할 수 있었습니다.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아프리카 속담처럼 ‘내 아이의 수능 기도’에 우리 성당 공동체가 함께 기도하고 응원해 주시는 것에 감사함이 큽니다. 기도를 마치기 10분 전쯤이면 조용히 오셔서 기다렸다가 강복을 주시는 주임 신부님, 뿅망치 강론으로 주일학교 학생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부주임 신부님은 기타 연주로 기도의 시작성가를 더욱 풍성하고 은혜롭게 해 주셨습니다. 


수녀님께서는 기도하는 부모들의 마음이 나눔을 통해 더 편안해질 수 있도록 소통의 자리도 마련해 주셨습니다. 무엇보다 감사한 것은, 성전에서 기도를 드리다 보면 전례 준비나 성가 연습을 할 때 공간 사용에 불편함이 생기기도 하는데, 기도에 방해되지 않도록 배려해 주시는 제 단체와 ‘힘내라’는 응원의 기도를 함께해 주시는 신자분들 덕분에 용기를 얻을 때가 참 많았습니다.


기도 모임은 수능 100일 전 시작해 수능 당일에 열리는 피정으로 마무리됩니다. 자녀가 지원한 대학에 합격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시작한 기도였지만, 매일 바치는 묵주기도와 성인호칭기도는 자녀가 열심히 공부해 주기를 바라는 ‘기대의 마음’을 자녀의 힘든 상황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마음’으로 변하게 했습니다. 100일 기도의 응답은 ‘대학 합격’이 아니라 ‘하느님 자녀로 행복하게 살아가는 것이 아닐까?’도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수능 결과가 인생의 목표가 아니라 준비 과정에서 하느님의 사랑을 느끼고 감사할 수 있는 자녀가 되길 기도문처럼 바라게 되었다는 고백은 한 사람의 말이 아니라 우리 모두의 마음 같았습니다.


수능일이 다가올수록 자녀의 얼굴에 생기는 뾰루지처럼 부모 역시 초조한 마음이 가득한 요즘입니다. ‘네 길을 주님께 맡기고 그분을 신뢰하여라. 그분께서 몸소 해 주시리라’(시편 37,5)라는 말씀을 묵상하며 남은 수능일까지 수험생과 부모님들, 파이팅 하십시오!


글 _  김유신 마리아 프란치스카(부산교구 이기대본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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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25-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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