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대 정보사회로 전환하면서 지식과 정보에 대한 전문적 기술용어들이 일상화되었다. 우리가 사용하는 컴퓨터·디지털·인터넷·코딩 등이다. 이러한 용어들은 지금까지 별문제 없이 잘 사용되고 있고 각 의미가 명확하다.
그런데 제4차 산업혁명을 알리는 주요기술 ‘인공지능’(특히 지능 intelligence)이란 용어는 아직도 사용하기 부담스럽다. 언어철학자 비트켄슈타인이 분석했듯 언어는 단순한 소통을 넘어 사회의 상호작용을 반영하는 삶의 형식인데, 인공지능이 마치 인간지능처럼 이해되면서 점점 지능이라는 인간적 언어가 기계화되기 때문이다.
실제 인공지능 기술이 급속히 발전하면서 어떤 이들은 정말 인간 같은 인공지능의 지능을 단순히 인간 지성의 산물인 도구로써 이해하지 않는다. ‘지능’이라는 용어 때문에 사람들은 늘 인공지능을 인간지능과 비교하고 심지어 의인화한다. 특히 최근 공개되는 새 모델들은 사람처럼 보고 듣고 말하는 멀티모달(multimodal) 기능에 자연스러운 대화도 가능해 일부 이용자들은 AI를 친구나 애인 또는 인격화한 비서처럼 대한다.
언어는 삶의 형식이며 사회의 상호작용을 반영한다. 그래서 인공지능이 마치 전통적인 ‘인간지능’처럼 이해되고 동일시되는 현상이 사회에서 실재한다면 그것은 큰 위험이 아닐 수 없다.
2025년 1월 28일 교황청은 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과 인간지능(Human Intelligence)의 관계 및 AI의 올바른 사용을 위한 가이드라인으로 「옛것과 새것」(Antiqua et Nova) 문헌을 발표했다. 교황청 신앙교리부와 문화교육부가 공표한 문서는 총 117항이며, AI의 올바른 사용을 위한 가이드라인과 함께 인공지능과 인간관계, 경제·노동·보건·교육·기술의 남용, 전쟁 분야에서 AI 발전이 가져오는 기회와 윤리적 방향을 제시한다.
이 문서는 먼저 인공지능과 인간지능의 차이점을 ‘지능’이라는 개념 이해로써 분명히 한다. “인간에게 지능은 인격 전체와 관련된 능력인 반면, 인공지능에서 지능은 흔히 인간 정신의 특징적 활동이 기계로 복제 가능한 디지털 단계들로 분화될 수 있다는 가정 아래 기능적으로 이해된다.”(10항) “인공지능의 고급기능은 과제를 수행하는 정교한 능력을 부여하지만 사고하는 능력을 부여하지는 않는다.”(12항)
문서는 또 전통에서 이해된 인간지능의 개념이 이성(Ratio)과 지성(Intellectus)임을 설명하면서 인공지능의 지능이 결코 구현할 수 없는 인간지능의 고유한 의미를 강조한다.
인공지능이란 용어는 1956년 미국의 존 매카시(John McCarthy)가 뉴햄프셔의 다트머스 대학에서 개최한 다트머스 회의에서 처음 사용하면서 학계에 자리 잡았다. 매카시 주장처럼 인공지능은 인간이 ‘인간의 지적 행동을 기계가 하도록 만든 것’, 즉 인간지능이 가져온 도구다. 하지만 인공지능은 단순한 도구에서 더 복잡하고 정교한 작업을 수행하는 전문 시스템으로, 즉 협소 인공지능(narrow AI)에서 범용 인공지능(general AI)을 예고하고, 나아가 초지능(superintelligence)을 예측하게 한다. 뛰어난 인공지능은 피지컬 AI로 나아가 공상과학 소설과 영화 속 로봇 시대를 상상하게 한다.
인공지능이 어디까지 진화할지 알 수 없지만, 인공지능은 분명 인간지능의 산물이다. 그리고 그 기술은 인간지능의 풍요로움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지능을 보완하는 도구로만 사용해야 한다는 것이 교회 원칙이며 이는 반드시 준수되어야 한다.(112항 참조)
인간지능의 산물인 인공지능의 지능이 마치 인간지능처럼 여겨져 인간의 가장 귀중한 것을 침해해선 안 된다. 또 인간지능은 이성과 지성이라는 통합적 개념으로 이해된, 진리를 파악하고 참됨을 실천하는 인간 본연의 고유한 활동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