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22일 삿포로 에스콘필드 니폰햄 파이터스 홈구장에서 한일야구 레전드들이 맞붙는 ‘한일 드림플레이어스 게임’이 펼쳐졌다. 한국프로야구 은퇴선수협회가 10개월간 노력을 기울여 마침내 성사된 야구 축제였다. 이종범, 양준혁, 우에하라 선수 등 한일 야구 전설들이 한 자리에 모인, 야구팬들에게 아련한 추억을 선물하는 말 그대로 축제의 장이었다.
하지만 축제를 주관하는 내 입장에서는 이 축제가 마냥 기쁜 축제만은 아니었다. 축제를 성사시키기 위한 10개월의 시간은 인고의 시간이었다. 먼저 은퇴 선수들을 설득하는 것이 문제였다. 야구를 손에서 놓은 지 최소 5년에서 15년이 된 선수들이었다. 오랜 기간 운동을 하지 않았던 올드 스타들은 과연 예전의 경기력을 보일 수 있을지 스스로 큰 부담을 가졌다. 당연히 대회 참가를 주저했고, 20명의 선수단을 꾸리는 것도 쉽지 않았다.
더 큰 문제는 선수들이 참여한다고 해도, 과거의 실력을 그라운드에서 보여 줄 수 있는가 하는 것이었다. 괜한 호기로 덜컥 올드 스타들을 끌고 일본에 갔다가 팬들에게 형편없는 경기력으로 조롱당하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앞섰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은 한낮 기우에 불과했다.
경기 전날 모든 선수가 모여 연습시간을 가졌는데, 선수들 하나하나의 움직임은 걱정을 덜어주기에 충분했다. 마치 예비군이 훈련을 받듯, 설렁설렁 경기에 임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아니었다. 그들의 눈빛은 현역과 다름없었다. 열정적인 그들이 뿜어내는 엄청난 에너지가 놀라웠다. 그 결과, 이튿날 열린 실전 경기에서 팬들에게 추억을 선물하기에 충분한 경기력과 플레이를 보여주었다. 환상적인 경기였다.
은퇴한 지 평균 10년이 지난 올드 스타 선수들이 그렇게 훌륭한 플레이를 보이고, 현역 선수처럼 달릴 수 있게 한 원동력은 무엇이었을까. 그것은 바로 그들의 ‘이름’ 그리고, 그 이름에 걸려있는 ‘명예’였다. 올드 스타들은 평생 야구를 하면서 쌓아 올린 본인의 이름과 그에 걸맞은 명예를 지키기 위해 그라운드에 모든 것을 쏟아부었다. 비록 몸은 녹슬고 예전과 같지 않았지만, 그들은 더 높은 가치, 이름과 명예를 위해 온 몸을 던져서 경기에 임했다. 늙은 몸을 탓하고 현실을 탓하는 것보다 더 높은 가치를 위해 헌신하는 모습은 참으로 아름다웠다. 나는 그 아름다움이 좋다.
글 _ 안경현 (토마스, 한국프로야구 은퇴선수협회 회장, ‘모두의 예체능’ 대표)
강원도 원주 출신. 원주고등학교와 연세대학교를 졸업했다. 1992년 OB 베어스에 입단 후, 두산 베어스와
SK 와이번스를 거쳐 2010년 은퇴했다. SBS Sports 및 SBS ESPN 야구 해설위원으로 활동했으며
현재 한국프로야구 은퇴선수협회 회장이다. 어린 시절, 원주교구 학성동성당에서 복사로 활동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