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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오 카피타노 그날 이후, 그들은 어떻게 살아냈을까?

[월간 꿈CUM] 즐기는 꿈CUM _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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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옆 페이지 상단에 영화 포스터가 보이시지요! 사막을 배경 삼아 아주머니 한 분이 공중에 떠 있고, 앳된 소년이 그녀의 손을 잡아줍니다. 둘의 얼굴은 웃음을 머금었지만, 사실 이 포스터는 삶과 죽음으로 엇갈린 이들의 잔인한 두 샷입니다. 

해마다 수십만 명의 아프리카 지역민들이 가난을 피해, 꿈을 찾아 유럽을 향하지만, 밀입국자의 신분으로 나선 길은 지옥과도 같습니다. 그 길 위에서 얼마나 많은 생명이 사라지는지 통계조차 찾기 어렵습니다. 영화 ‘이오 카피타노’는 목숨을 걸고 사막과 바다를 건너야 하는 난민들의 핏빛 여정에 관객을 초대합니다.

세네갈 소년 ‘세이두’와 ‘무사’의 꿈은 유럽에 가서 힙합 가수가 되는 겁니다. 돈을 벌어 고향의 가난한 가족들을 돕고 싶습니다. 하지만, 16살 소년들이 가야 할 길에는 곳곳에 죽음이 버티고 섰습니다. 약탈 당하고,  폭도의 총에 맞고, 마피아에 잡혀 생사의 고비를 넘깁니다. 앞서 얘기한 포스터에 나오는 아주머니는 사하라 사막에서 죽어간 여인입니다. 그녀를 구하지 못한 세이두의 가책이 그려낸 환상이지요. 

“엄마에게 아직 죽지 않았다고 알려주고 싶어요.” 소년들은 그래도 운이 좋습니다. 살아서 유럽으로 가는 항구에 도착했거든요. 그러나 이제부터 사막보다 더 무서운 바다를 헤매야 합니다. 밀입국 브로커들은 너덜너덜한 조각배에 발 디딜 틈 없이 난민들을 태운 채 세이두에게 배 운전을 맡깁니다. 사고가 났을 때 책임지지 않겠다는 꼼수지요. 단 몇 분간 조작법을 배운 세이두는 얼떨결에 배의 키를 잡습니다. 수백 명의 목숨을 책임지는 선장이 된 것이지요. 영화의 제목이 이탈리아어 “이오 카피타노”(나는 선장이다)인 이유입니다. 

“내가 선장이에요. 아무도 죽지 않아요!” 세이두가 주인공이기 때문일까요. 그가 모는 배는 거듭된 위기를 겪으면서도 말 그대로 “아무도 죽지 않고” 바다를 건넙니다. 

그렇게 영화는 끝나지만, 관객은 안도하지 못합니다. 천신만고 끝에 도착한 유럽이지만, 지금까지의 여정 못지않게 살벌한 곳임을 아는 까닭입니다. 난민 추방을 주장하는 극우정당이 득세하고, 불안한 신분의 이주민들을 착취하는 검은 손들이 먹잇감을 노리고 있습니다. 영화의 스토리가 마무리된 뒤 아무도 관심을 가져주지 않는 세이두와 동료 난민들은 어떻게 됐을까요? 고통받는 이들을 위한 기도와 실천은 왜 항상 더디기만 한 걸까요? 



글_ 변승우 (명서 베드로, 전 가톨릭평화방송 TV국 국장)



[기사원문보기]
가톨릭평화신문 2025-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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