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1월 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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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르가스 백작의 장례식 (The Burial of Count Orgaz) 엘 그레코 (E l Greco, 1541~1614)

[월간꿈CUM] 그리는 꿈CUM _ 미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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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 그레코(El Greco, 1541~1614), 오르가스 백작의 장례식, 캔버스에 유채, 480×358㎝, 1586년경, 산토 도메 성당, 스페인 톨레도

1357년, 스페인 톨레도의 산토 도메 성당에서 오르가스 백작의 장례식이 열렸다. 귀족 신분에 걸맞게 수많은 조문객이 참석한 성대한 장례식이었다. 그때였다. 사람들은 눈을 의심했다. 하늘이 열리고 성모님과 세례자 요한, 천사들에 둘러싸인 그리스도의 모습이 나타났다. 그리고 성 아우구스티누스와 성 스테파노가 하늘에서 내려와 직접 백작의 시신을 입관했다. 백작의 뛰어난 신심이 하늘을 움직인 것이다. 천지개벽. 난리도 그런 난리가 없었다. 요즘 같았으면 장례식에 참석한 사람들이 스마트폰으로 영상 촬영을 했을 것이다. 하지만 당시에는 스마트폰이 없었다. 기적에 대한 소문은 입으로 퍼져나갔다. 그리고 전설이 됐다.

230년 후인 1586년, 산토 도메 성당 주임 신부가 이 전설을 기억해 낸다. 그리고 영상 기록으로 남겨야겠다고 결심한다. 그는 당대 최고의 화가 엘 그레코(El Greco, 1541~1614)를 찾아갔다. 스페인의 종교적 분위기를 흠모했던 ‘엘 그레코’(그리스 사람이
라는 뜻. 본명은 도메니코스 테오토코폴로스)는 고향 그리스를 떠나 1577년부터 스페인 톨레도에서 활동하고 있었다. 그는 작품 의뢰를 흔쾌히 받아들였다. 그리고 르네상스 미술을 넘어서는 새로운 신비 강조 화법에 영적 영감을 더해 대작을 만들어 낸다. 이렇게 탄생한 작품이 ‘오르가스 백작의 장례식’이다.

그림 윗부분에 예수 그리스도가 있고, 그 아래 왼편에 성모 마리아, 오른편에 중재를 청하는 세례자 요한이 있다. 아래에 갑옷을 입고 죽은 사람이 오르가스 백작이다. 백작의 유해를 오른쪽에서 들고 있는 이가 아우구스티누스이며 왼쪽에서 백작의 다리를 잡고 있는 얼짱 남자가 스테파노다. 그 옆에서 손가락으로 백작을 가리키고 있는 아이는 엘 그레코의 아들 조르주다.

500년 세월에도 불구하고 색감이 완벽하게 보존되어있는 이 작품은 죽음 이후 세계에 대한 확고한 신앙을 드러내고 있다. 백작의 시신이 땅속으로 내려지는 그 순간, 그의 영혼은 천사에 의해 위로 올려지고 있다. 이 작품을 통해, 머지않은 미래에 있을 나 자신의 장례식을 떠올려 보는 것은 어떨까. 나는 마지막 순간에 하늘이 열리고 성인들이 내려오는 모습을 볼 수 있을까. 나는 육과 영의 온전한 모습으로 하늘로 오를 수있을까.

바다에 파도가 없다면 바다가 아니다. 그 삶의 파도를 잘 넘기고, 지금 하늘에서 지복직관(至福直觀)을 누리고 있을 오르가스 백작이 부럽다. 



글 _ 편집부



[기사원문보기]
가톨릭평화신문 2025-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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