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꿈CUM] 편안한 꿈CUM _ 음악
“Ich liebe dich, so wie du mich am Abend und am Morgan~ 사랑해선 안 될게 너무 많아, 그래서 더욱 슬퍼지는 것 같아~.”
1990년대, 큰 인기를 끈 발라드 가수 신승훈의 노래 ‘보이지 않는 사랑’의 시작 부분이다. 이 노래의 도입부에는 성악가가 부른 베토벤의 가곡 ‘그대를 사랑해’ (Ich liebe dich)가 나온다. 그 뒤를 이어 신승훈이 노래를 시작한다. 우리나라 최초로 대중가요에 클래식을 접목한 크로스오버 곡이었다. 베토벤의 명곡이 한몫한 것일까. 이 곡은 당시 14주 연속 1위를 차지하며 역대급 히트곡으로 등극했다.
독일가곡 베토벤의 ‘그대를 사랑해’( Ich liebe dich )는 음악 교과서에 수록된 가곡으로, 고등학교 음악 가창시험 때 많이 부르는 시험 곡이다. 나도 고교 시절, 어려운 독일어 가사 밑에 한글로 발음을 까맣게 써서 며칠 밤을 외워, 음악 선생님과 같은 반 친구들 앞에서 덜덜 떨면서 불렀었다. 그리고 너무 긴장하여 실수하는 친구들을 보며 다른 친구들과 함께 깔깔댔었다.
독일의 무명시인 칼 프리드리히 헤로세(Karl Friedrich Herrosee)가 쓴 시 ‘애절한 사랑’에 베토벤이 1803년 곡을 붙인 이 곡은 연인과의 순수한 사랑을 담담하고 진솔하게 담아낸 대표적인 독일가곡이다. 이 곡을 작곡할 당시 베토벤은 심각한 귓병에 시달리고 있었는데, 그 고통 속에서도 간결하면서도 따듯한 선율을 구현해 냈다.
베토벤의 성악곡은 100곡이 넘고 그중 가곡은 80여 곡이다. 여러 나라 민요에서 이국적 영감을 받은 그의 가곡은 다채로우면서도 낭만적이고 서정적이다. 그는 시의 운율과 음악적 리듬의 조화를 중요시하였는데, 괴테의 시로도 많은 가곡을 남겼다. 특히 그의 가곡 ‘아델라이데’(Adelaide)는 뛰어난 예술성으로 유명하다. 아델라이데는 알프스의 봄에 피는 보라색 야생화다. 여인의 사랑을 이 꽃에 비유해 절제된 감정을 음악적 조화로 아름답게 풀어냈다. 또한 ‘희망에게’(An die Hoffnunf)는 아름다운 가사와 편안한 음악적 분위기가 현대의 바쁜 일상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따듯한 위로를 건네고 있다. 원래 베토벤 하면 장엄하고 웅장한 교향곡을 떠올리기 마련이다. 하지만 베토벤은 자신의 가곡 작품들을 통해 인간의 목소리로 시적인 가사를 진중하고 담백한 사랑의 숨결로 녹여냈다. 그 잔잔한 울림이 우리의 폐부를 깊이 찌른다.
이러한 고요한 울림이 더 익숙해서일까, 요즘 사랑 노래들은 점점 자극적으로 변화되고 있다. 춤사위와 함께 기계 음악의 현란한 음색과 자극적인 가사로 사랑을 외친다. 내용이 들리지 않는다. 들떠있다. 소란스럽다. 어릴 적 할머니의 등에 업혀 들었던 조성(調聲)도 단순하고 높낮이 변화도 별로 없던 그 소박한 노래가 그립다. 분주한 현실에 지친 청년들에게, 점점 사랑이 메말라 가는 세태 속에서 외로움을 느낄 청춘들에게 베토벤의 ‘Ich liebe dich’를 들려주고 싶다.
글 _ 김화수 (유스티나)
작곡과 바이올린을 전공하였고 대학에서 강의하고 있다. 앙상블 '보비스 꿈'(vobis cum)의 음악 감독으로 활동 중이며, 수원교구 분당성루카본당 성가대 지휘를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