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청 신앙교리부는 4일 발표한 공지 ‘충실한 백성의 어머니(Mater Populi Fidelis)’를 통해 성모 마리아를 ‘공동 구속자(Co-redemptrix)’로 보는 해석을 공식적으로 부인하며, 예수 그리스도만이 구원의 유일한 주체임을 재확인했다.
신앙교리부 장관 빅토르 마누엘 페르난데스 추기경이 로마 예수회 본부에서 발표한 공지는 발표에 앞서 10월 7일 레오 14세 교황의 승인을 받았다.
공동 구속자라는 칭호는 10세기경부터 일부 신학자와 신자들 사이에서 나타났지만 공식적인 교의로 선포된 적은 없었다. 이번 공지는 그리스도의 유일한 구속자 역할을 훼손할 수 있다는 신학적 우려를 공식적인 교도권의 판단으로 명확히 한 것이다. 오랫동안 논란의 여지가 있던 용어에 대해 교회의 공식적인 입장을 확정지었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
“구원의 유일한 주체는 그리스도”
신앙교리부는 “공동 구속자라는 칭호는 구원의 유일한 주체이신 예수 그리스도의 배타적 역할을 흐리게 만들 위험이 있다”고 밝혔다.
또 “마리아는 먼저 구원받은 존재로서 자신이 받은 은총의 중재자가 될 수 없다”고 지적하며, “‘공동 중재자(Co-mediatrix)’라는 표현은 예수 그리스도의 유일한 중재자적 지위를 의심케 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만 상징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페르난데스 추기경은 “모든 것은 그리스도로부터 비롯되며 에페소서와 콜로새서가 말하듯, 마리아 또한 그분을 통해 모든 것을 받았다”며 “공동 구속자라는 말은 이러한 근원을 가리게 된다”는 베네딕토 16세 교황의 발언을 인용했다.
“공동 구속자 교의 선포, 신학적으로 성숙하지 않아”
신앙교리부는 “지난 30여 년 동안 일부 주교와 신학자들이 공동 구속자와 공동 중재자의 교의 선포를 요청해 왔으나, 해당 용어의 신학적 성숙이 충분히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특히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이 과거 일곱 차례 이상 공동 구속자라는 표현을 사용했지만, 당시 신앙교리성(현 신앙교리부) 장관이던 요제프 라칭거 추기경(베네딕토 16세 교황)과 협의 후 공식 선언을 보류했다고 밝혔다.
라칭거 추기경은 생전 “이 칭호들의 의미는 아직 명확하지 않으며, 신학적으로 미성숙한 상태”라고 언급한 바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도 2021년 일반알현에서 “예수님은 마리아를 인류에게 어머니로 맡기셨지, 여신이나 공동 구속자로 맡기신 것이 아니다”라며, “사랑의 표현으로 마리아를 공동 구속자라 부르기도 하지만, 때로는 사랑이 과장으로 흐르기도 한다”고 말했다.
“마리아의 역할은 협력과 전구 안에서 이해해야”
공지는 “공동 구속자라는 칭호는 오히려 그리스도의 구원 사명을 흐리게 하고 신앙 진리의 조화를 깨뜨릴 수 있다”며, “올바른 의미로 해석하기 위해 계속 설명이 필요한 표현이라면, 그것은 신자들의 신앙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결론지었다.
또 “공동 중재자라는 표현은 협력이나 전구(Intercession)의 의미로는 사용할 수 있지만, 예수 그리스도의 유일한 중재자적 역할을 모호하게 해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
공지문은 “그리스도께서 하느님과 인간 사이의 유일한 중재자이지만, 그분과의 친교 안에서 신자들도 서로를 위해 하느님의 도우심에 협력할 수 있다”며 “그 의미에서 마리아의 협력은 다른 어떤 피조물보다도 탁월하고 독보적”이라고 강조했다.
“마리아, 주님의 자비 드러내는 모성의 표징”
교회는 천상에 있는 성인들이 지상 신자들을 위해 전구할 수 있다고 믿으며, 그리스도와 함께 영화롭게 된 이들 가운데 “가장 으뜸은 그분의 어머니 마리아”라고 고백한다.
신앙교리부는 “마리아는 교회 안에서 그리스도께서 이루시는 구원 사업에 독특하게 협력했다”며 “그 전구로 인해 마리아는 주님의 자비를 드러내는 모성적 표징이 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