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제9차 세계 가난한 이의 날이다. 레오 14세 교황의 올해 담화와 첫 권고 「내가 너를 사랑하였다」는 교회의 중심이 어디에 있어야 하는지 분명히 일깨워 준다. 담화 제목인 ‘주 하느님, 당신만이 저의 희망이십니다’(시편 71,5)라는 고백처럼, 교회의 희망은 가난한 이들과 함께하는 사랑에서 구체화된다.
교황은 가난을 물질적 결핍만이 아니라 소외·문화·정신의 빈곤까지 폭넓게 보고, ‘가난한 이들에 대한 사랑’을 교회의 사명으로 삼으라 권고했다. 「가톨릭 교회 교리서」가 밝히듯 사랑은 가장 큰 사회적 계명이며, 가난에는 구조적 원인이 있다.(1889항 참조) 그러므로 가난한 이들을 돕는 일은 애덕의 문제이기에 앞서 정의의 문제다. 가난한 이들이 노동과 주거, 교육, 보건에 더욱 폭넓게 접근하고, 불평등을 재생산하는 제도와 문화를 바꾸는 일은 정치의 몫이자 신앙인의 의무이다.
특히 희년을 경축하는 지금, 가난한 이들이 교회에 주는 중요성이 더 커진다. 우리가 희년 동안 받은 은총이 일상에서 제도 개혁과 연대로 이어지지 않으면, 희망은 약속에 그치고 만다. 본당과 교구는 사목의 중심에 가난한 이들을 두고, 경청과 동행, 연대의 장을 넓혀야 한다. 예산과 인력을 재배치하고, 가난한 이들의 교육과 주거, 이들을 위한 정책 개발에 힘을 모아야 할 것이다.
가난한 이들은 불편한 존재가 아니라 교회의 보화이다. 그들의 얼굴에서 그리스도를 알아보는 교회만이 희망의 닻을 굳게 내릴 수 있다. 우리 공동체가 가난한 이들과 함께 정의를 만들고 사랑을 선택할 때, 구원의 희망은 빛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