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교회의 정평위 세미나… 노동의 사회적 보상 체계에 관심 기울여야
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 노동사목소위원회 세미나를 마치고 참석자들이 기념촬영하고 있다.
“인공지능(AI)의 등장으로 인간은 생계를 위한 노동에서 해방될 수 있습니다. 이에 단순히 흐름을 따라가거나 사회 개혁보다는 새로운 사회계약이 등장해야 합니다. 교회도 시대 노동의 진정한 가치를 어디에 둬야 하고 사회적 보상 체계를 어떻게 풀어내야 하는지 깊은 관심을 가져야 할 때입니다.”(가톨릭문화와신학연구소 정희완 신부)
10일 서울 명동 가톨릭회관에서 열린 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위원장 김선태 주교) 노동사목소위원회 세미나에서 이같은 주장이 나왔다. 올해 주제는 ‘새로운 변화, AI와 노동문제’로, AI 시대를 맞아 그간 통용되던 노동의 가치를 묻고 미래 AI가 인간 노동력을 대체할 때 인간 존엄성과 노동의 가치를 논하는 자리였다.
정 신부는 새로운 담론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종교가 정치적 메시지를 전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정 신부는 “새로운 사회계약을 위해선 정치적인 힘이 필요하다”며 “민주화 이후 한국 교회의 영향력이 줄었지만, 여전히 힘이 있다. 교회는 사회적 지향과 변화에 대해 깊은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전했다.
장지연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그동안 기술은 인간의 일자리 성격을 변화시켰지만 일자리의 총량은 변하지 않았다”면서도 “하지만 모든 일자리가 균등하게 변화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AI가 사람들의 일자리를 위협할 때 “좋은 일자리는 여전히 보호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일자리 양극화 문제를 지적했다. 장 연구위원은 “지난 40~50년간 컴퓨터 시대로 접어들며 고학력자가 유리해졌고, 로봇이 제조업에 투입되면서 중간 일자리가 사라졌다”며 “AI 시대에는 사무직 중심의 일자리가 소멸될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AI를 명확하게 도구로 인식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일하는시민연구소 김종진 소장은 “AI가 도움을 주지만 최종 확인은 인간이 해야 한다”면서 “기업이 AI를 활용해 채용, 노사 문제 등을 대처할 때 불이익한 접근이 없는지 편향성 감사 도입 등 사회적 제도도 마련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김 소장은 또 “일자리를 상실한 이들에게 재교육, 전직 배치 등 제도를 적극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선태 주교는 인사말에서 “AI에 관한 사회적 장밋빛 전망 아래 윤리적 차원에서의 ‘인간, 노동자’에 대한 관심과 논의는 매우 부족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인류는 역사적 발전을 하며 ‘인간 권리와 존엄성 보호’(「간추린 사회교리 317-319」)라는 윤리적 기준이 있었다”면서 “AI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이러한 기준은 더욱 절실히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이준태 기자 ouioui@c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