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관동대 총학생회 중심 ‘Faith Check 캠페인’ 선포불법적 포교 행위 거부 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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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ith Check 캠페인'에 나선 가톨릭관동대 학생들이 교내 유사종교 피해를 막기 위해 활동에 나서면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가톨릭관동대 사진제공
“우리의 캠퍼스는 학문의 전당이자 자유롭고 안전해야 할 배움의 공간이다. 우리는 신앙의 이름으로 행해지는 왜곡과 강요, 그리고 불법적 포교 행위를 단호히 거부한다.”
가톨릭관동대학교는 10월 29일 유사종교 피해 예방과 올바른 신앙문화 정착을 위한 ‘Faith Check 캠페인’ 선포식을 열었다. 강릉 지역 대학가에서 유사종교 피해 사례가 늘어나자 총학생회를 중심으로 학생들이 직접 나선 것이다.
이날 학생들은 삼삼오오 모여 게시판에 붙은 유사종교 홍보물과 현수막을 떼어냈다. 겉으로는 ‘기후행동’ ‘농활’ ‘해외봉사’를 내세우지만, 실제로는 포교를 목적으로 하는 유사종교 동아리들이다.
이들은 학생들이 자주 찾는 카페나 편의점 등에 자주 나타나며, 재학생을 사칭하는 경우도 있다. 총학생회장 김진훈씨는 “화학공학과 학생이라며 봉사 프로그램을 소개하겠다고 접근한 사람이 있었는데, 학교에는 그런 학과가 없어 바로 자리를 벗어났다”고 전했다. 간호학과 4학년 김한솔씨는 “이들은 단둘이 은밀히 만나자고 한다”며 “건물 안에서 사진 촬영과 외부 발설 금지 같은 규칙도 있다”고 설명했다.
재학생들은 특히 새내기들의 피해를 가장 우려하고 있다. 김진훈씨는 “타지에서 오는 신입생들은 외로움을 느껴 모임에 가입하는 걸 주저하지 않는다”며 “선배들을 잘 모르는 시기라 더 조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씨는 “특정 집단을 비판하려는 게 아니라 유사종교의 포교 활동 자체에 경각심을 가지자는 취지”라며 “‘올바른 신앙을 믿자’는 뜻에서 캠페인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가톨릭관동대는 교목실에 사제와 수도자가 상주하며, 유사종교 피해 학생들의 상담도 진행하고 있다. 교목처 팀장 김영숙(마리아콜베) 수녀는 “아는 형이 너무 잘해줘 따라갔다가 유사종교에 빠졌다는 학생이 있었다”며 “학생들이 가장 크게 느끼는 감정은 좌절감과 자괴감”이라고 말했다. 이어 “빠져나오고 싶어도 그 안에서 맺어진 관계 때문에 쉽지 않다고 호소한다”고 덧붙였다.
교목처장 백승훈 신부는 “해외 봉사활동에 참여했다가 선교를 강요당하거나, ‘돌아가지 못할 것’이라 협박받는 경우도 있다”며 “이들은 다단계 구조처럼 반복적인 가스라이팅으로 옳고 그름의 경계를 흐리게 만든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당장의 내 삶을 갉아먹는 종교라면 다시 살펴봐야 한다”며 “학교의 노력도 중요하지만, 학생 스스로 깨어 있어야 한다”고 당부했다. 또 “올바르지 않은 관계를 끊어내는 것이 가장 확실한 해결책이며, 가장 필요한 태도는 단호함”이라고 강조했다.
김영숙 수녀는 “학생들이 교목실이나 가까운 성당·교회를 찾아가 신부님이나 목사님께 도움을 요청하길 바란다”며 “상담이 필요하다면 언제든 저희는 열려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