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오 14세 교황이 16일 바티칸 성 바오로 6세 홀에 노숙자와 취약계층·장애인·난민·트랜스젠더 여성 등 소외당하고 가난한 1300여 명을 초대했다. OSV
레오 14세 교황이 ‘제9차 세계 가난한 이의 날’을 맞아 이웃 1300여 명을 초대해 함께 식사했다. 노숙인과 취약계층·장애인·난민·트랜스젠더 여성 등이 주인공이다.
16일 드넓은 식당으로 탈바꿈한 바티칸 바오로 6세 홀에 초대된 이들은 자신들처럼 전 세계에서 폭력과 전쟁·굶주림으로 고통받는 또 다른 이웃을 기억했다. 이 자리에는 공장 문을 닫으면서 일자리를 잃은 이, 노인이지만 어떻게든 일하면서 생활비를 버는 사람, 사기당한 이, 아픈 이 등 다양한 사연을 가진 사람들이 교황과 함께했다. 그러나 어려움 속에도 이들은 희망을 노래했다.
이탈리아 아시시의 프란치스코회 쉼터에서 일하던 한 참석자는 “삶의 의미는 다른 이들을 돕는 것에서 비롯된다”며 “가난한 사람들은 복음이 육신으로 나타난 존재”라고 말했다. 바르델이란 이름으로 알려진 이탈리아 가에타 출신 화가는 “사기를 당해 집이 털렸다”면서도 “새 교황님을 위해 무언가를 드리고 싶었다”며 직접 그린 그림을 건넸다.
행사는 가난한 이들과 동반하는 ‘성 빈첸시오 아 바오로회 선교 사제회’가 주관했다. 수도회는 손님들에게 라자냐, 감자를 곁들인 빵가루 입힌 닭고기, 전통 이탈리아 디저트인 바바를 제공했다. 교황은 음식을 축복하면서 전 세계에서 여전히 고통받는 사람들을 떠올렸다.
교황은 “폭력·전쟁·기아로 고통받는 많은 이에게 주님 축복을 전하자”며 “형제애의 정신으로 만찬을 기념해주길 부탁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세계 가난한 이의 날’을 제정한 프란치스코 교황에게 감사를 표했다. 교황은 “사랑하는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 바라시는 ‘세계 가난한 이의 날 만찬’이 열렸다”며 “우리는 큰 기쁨을 가지고 함께하고 있다”고 밝혔다. 교황은 또 “수많은 사제와 수녀·평신도 봉사자들이 다양한 어려운 사람을 돕는 데 헌신하고 있다”며 “그들 또한 잊지 말자”고 당부했다.
바오로 6세 홀 로비에는 손님들을 위한 개인 위생용품 키트가 준비됐고, 작은 파네토네(이탈리아 전통 크리스마스 케이크)도 함께 제공됐다. 교황은 앞서 봉헌한 미사에서 세계 지도자들에게 “가난한 이들의 절규에 귀 기울여달라”며 “정의 없이는 평화도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