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주교회의가 올바른 가톨릭 미디어 콘텐츠 이용과 관련해, 모든 신자가 경각심을 갖고 이를 식별해야 한다는 취지의 공지를 발표했다. 주교회의는 이미 지난 9월 초에도 같은 내용의 안내문을 발표한 바 있으나, 최근 한국 주교들의 사진을 합성한 영상과 이미지가 무분별하게 유포되는 사례가 추가로 확인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사례는 교황 레오 14세와 한국 주교들에 대한 초상권 침해일 뿐 아니라, 가톨릭 교리에 부합하지 않고 객관적 사실에도 어긋나는 의견과 정보를 마치 교회의 공식 가르침인 양 퍼뜨림으로써 교회의 신앙과 권위를 심각하게 훼손한다. 따라서 주교회의의 이번 공지와 관련해 신자들이 경각심을 갖고 가톨릭 미디어 콘텐츠의 올바른 식별을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
인공지능 기술, 특히 영상 합성 기술의 정교함과 편의성은 자칫 사실과 허구의 경계를 흐리게 만들어 신앙 생활에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 과학과 기술 문명은 하느님께서 주신 인간 이성의 열매로서 그 자체가 하느님의 선물이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이를 사용하는 인간의 태도와 방향성이다. 진리와 인간 존엄을 향해 쓰이는 기술은 공동선을 증진하지만, 거짓을 확산하고 신앙을 혼란시키는 데 쓰인다면 이는 곧 죄의 도구가 되고 만다.
주교회의가 거듭 강조하듯, 오늘날 신자들은 더 적극적으로 ‘식별의 능력’을 갖추어야 한다. 교황청, 주교회의, 각 교구와 본당, 그리고 공신력 있는 교계 언론이 제공하는 공식 자료를 기준으로 올바른 가톨릭 콘텐츠를 분별해야 한다. 이는 단순한 경계심을 넘어, 교회 공동체가 세상의 거짓 속에서도 참된 빛을 드러내기 위한 신앙적 실천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