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을 쓰다 보면 말씀에 빠져서 집에 불이 나도 모를 정도예요. 오죽하면 성경 필사에 미친 사람이라고 하겠어요.”
신구약 성경 전체를 무려 26번이나 필사한 윤정구 씨의 집. 그가 29년간 방에서 성경을 쓰는 동안 부인의 가슴은 타들어 갔다. 성경 쓸 때만큼은 주변에 무슨 일이 일어나도 모르는 탓에 혹시 위험한 일이 생길까 걱정이 돼서다.
그야말로 성경 쓰기에 미쳤던(?) 윤정구 씨는 수원교구 내에서 유명 인사가 됐다. 매일 성경을 썼을 뿐인데 신자들 앞에서 강의하기도 하고 교황님의 선물을 받고 싶다던 평생소원을 이루기도 했다. 올해 성경잔치에서 수원교구 총대리 문희종(요한 세례자) 주교가 프란치스코 교황에게 받은 기념품을 윤 씨에게 선물한 것이다.
성경을 쓰고 소원을 이룬 이들은 또 있었다. 올해 전 신자 성경필사를 한 안산성안나본당에서는 냉담했던 남편이 성당을 다니게 되거나, 경제적 어려움으로 흔들렸던 가정이 다시 회복된 일들이 있었다고 신자들은 전했다.
단순히 성경을 보고 쓴 것뿐인데 많은 것이 달라진 사람들. 신자들의 말을 곱씹으며 그 비결을 생각해 보니, 공통점이 있었다. 성경을 쓰면서 하느님의 깊은 사랑을 알게 된 것이다. 혼자인 줄 알았던 순간, 세상이 자신을 비난하고 있다고 생각했던 순간, 내 옆에 하느님이 계신다는 말씀을 성경에서 찾았다.
든든한 지원군이 있다는 사실은 험난한 세상을 살아갈 힘을 줬다. 신자들은 힘들었던 순간, 하느님의 말씀이 나에게 찾아왔다고 입을 모았다. 신자들이 신앙의 빛을 찾을 수 있도록 성경사목을 통해 등불을 밝혀준 교구의 동행도 신자들의 신앙을 단단하게 만드는 역할을 했다. 소원을 이루고 싶다면, 성경 필사를 해보는 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