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CAN] 일본 가톨릭교회가 유럽 종교 단체들과 협력해, 박해시기에도 신앙을 지킨 ‘잠복 그리스도인’(hidden Christians)과 초기 선교사들을 기리는 새로운 순례길을 일본 남부에 조성할 예정이다.
교황청 복음화부 선교소식지 피데스(Fides)는 11월 8일 “이 순례길은 ‘복음의 길’로 불리며, 스페인의 유명한 ‘산티아고 순례길’에 견줄 수 있는 영적 여정이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산티아고 순례길은 스페인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에 있는 사도 성 야고보 성지로 향하는 311km 순례길이다. ‘복음의 길’ 조성 계획은 올해 9월 이탈리아 루카대교구에서 스페인 가톨릭 대표단이 일본을 방문하면서 시작됐다.
‘복음의 길’은 산티아고 순례를 촉진하는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 페루자 형제회’(the Perugian Confraternity of Santiago de Compostela)와 함께 일본 가고시마현, 구마모토현, 나가사키현 등 각 지방자치단체, 그리고 가고시마·나가사키·후쿠오카교구가 공동으로 추진하고 있다. 일본의 여러 공공·민간기관들도 이 구상을 환영하고 있다.
새 순례길은 가고시마와 나가사키를 연결하며, 2018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나가사키 지방의 잠복 그리스도인 관련 유산을 경유한다. 또한 성 프란치스코 하비에르, 루이스 데 알메이다, 알레산드로 발리냐노 등 초기 선교사들과 관련된 사적지들을 지나가게 된다. 새 순례길은 일본 가톨릭교회 역사와 유산을 성찰하면서, 해당 지역의 문화적, 자연적 아름다움을 드러내는 것을 목표로 조성될 전망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2019년 11월 일본 사목방문 중 나가사키에서 잠복 그리스도인에게 경의를 표했으며, 2024년 11월에는 로마에서 ‘일본 잠복 그리스도인 연구회’ 회원들을 접견하기도 했다.
일부 학자들은 네스토리우스파 그리스도교가 이미 6세기에 일본에 전해졌을 가능성을 제기하지만, 문헌상으로는 1543년 포르투갈 상인들에 의해 일본에 처음으로 가톨릭 신앙이 전해졌다. 1549년 성 프란치스코 하비에르가 일본에 도착하면서 선교 활동은 더욱 강화됐고, 일본 가톨릭교회는 급속히 성장했다. 그러나 1620년 그리스도교에 대한 금지령이 내려지면서 선교사들은 추방됐다. 박해 속에서도 많은 신자들은 신앙을 비밀리에 실천했으며 이들은 잠복 그리스도인이라 불리게 됐다.
일본의 그리스도교 금지는 1853년에 부분적으로 완화된 뒤 서구의 압력 아래 1873년 2세기 넘게 지속된 박해가 끝나면서 완전한 종교의 자유가 회복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