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외신종합] 레오 14세 교황이 11월 16일 세계 가난한 이의 날을 맞아 로마 성 베드로 광장에서 ‘가난한 이들의 희년’ 미사를 주례하며 “하느님께서는 가난한 이들을 사랑하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각 나라 정부에는 “가난한 이들을 위한 행동에 나서 달라”고 촉구했다.
교황은 광장에 모인 이주민, 난민, 노숙인, 실업자, 트랜스젠더 공동체 구성원 등 물질적, 정신적으로 가난한 이들 수천 명과 미사를 봉헌하며 “모든 그리스도인들이 상처를 싸매고, 용서하고, 위로하고 치유해 주시는 하느님의 사랑을 나누자”고 당부했다. 아울러 “박해와 고통, 투쟁과 억압이 개인의 삶과 사회 안에서 계속되더라도, 하느님께서는 우리를 버리지 않으시고, 오히려 우리 편에 서서 당신 자신을 드러내 보이신다”고 밝혔다. 이날 미사에는 가난한 이들을 돕는 교황청과 각 교구 자선단체 자원봉사자들도 참례했다.
교황은 “성경은 언제나 작은 이들, 고아들, 이방인들, 과부들과 가까이 계셨던 하느님의 이야기들로 짜여 있다”면서 “그렇기 때문에 예수 그리스도의 말씀과 현존은 가장 가난한 이들에게 기쁜 소식이 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교황은 각국 지도자들에게 가난한 이들의 울음소리에 귀 기울일 것을 요청했다. 교황은 “정의 없는 평화는 있을 수 없다”면서 “가난한 이들은 울부짖음과 더 나은 환경을 찾아 떠도는 이주를 통해 정의를 외치고 있지만 안녕과 진보라는 미명 아래 이들의 외침은 잊히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사 후 교황은 교황청 바오로 6세홀에서 가난한 이들과 식사를 같이 했다. 식사 자리를 후원한 교회 자선단체들은 음식과 위생용품을 담은 꾸러미 1500개를 가난한 이들에게 나눠줬다.
교황은 가난한 이들의 희년을 맞아 11월 14일에는 교황청 애덕봉사부(교황자선소) 장관 콘라드 크라예프스키 추기경과 함께 무료 자선병원인 ‘성 마르티노 병원’을 축복했다. ‘성 마르티노 병원’은 주거지가 없거나 의료보험 혜택을 못 받는 등 이탈리아 공공의료에 접근하기 어려운 이들에게 무료로 진료를 제공한다.
성 마르티노 병원은 로마 성 베드로 광장을 둘러싼 콜로네이드 아래에 자리하며, 2015년 ‘자비의 희년’ 개막 전에 프란치스코 교황이 개원했던 ‘자비로우신 어머니 병원’에서 가까운 위치다. 성 마르티노 병원 인근에는 가난한 이들을 위한 무료 샤워 시설과 이발소도 있다.
기존 무료 병원과 마찬가지로 성 마르티노 병원도 교황청 애덕봉사부가 바티칸시국 보건국과 협력해 운영하게 된다. 애덕봉사부는 새 무료 병원에 대해 “최첨단 장비를 갖춘 두 개의 진료실과 신형 방사선 기기가 마련돼 있다”며 “최신형 X-선 기기는 폐렴, 골절, 종양, 퇴행성 질환, 담석, 장 폐색 등을 신속하고 정확하게 진단할 수 있고, 이는 빈곤으로 인해 적절한 진단을 받기 어려운 이들에게 특히 중요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