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는 매년 성서 주간을 지내며 말씀과 가까이 지내는 신앙의 기본을 일깨워 왔다. 하지만 여러 통계에서 드러나듯 우리 가톨릭 신자들의 성경 읽기 실천은 여전히 부족하다. 말씀을 읽는 시간은 개신교 신자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가톨릭교회에 미사와 전례, 다양한 신심이 풍부한 것은 분명한 장점이지만, 그로 인해 성경을 뒤로 미뤄도 된다는 잘못된 안도감이 자리 잡은 것은 아닌지 성찰해야 한다.
말씀에 대한 두려움이나 어려움을 호소하는 신자들도 많다. 시대와 배경, 상징이 너무 달라 이해하기 힘들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성경은 학자들만의 책이 아니다. 모르는 대목이 있더라도 성령을 청하며 읽고, 교회가 마련한 다양한 성경 프로그램과 공동체 나눔 안에서 기도하는 마음으로 접할 때 말씀은 자연스레 우리 삶을 비추는 빛이 된다.
올해 성서 주간 담화에서 주교회의 성서위원장 신호철 주교는 레오 14세 교황이 선출 직후 부활하신 주님께서 제자들에게 전하신 첫 말씀, “평화가 너희와 함께”(요한 20,21 참조)를 인용했다. 신 주교는 평화는 단순히 전쟁이 없는 상태가 아니라, 하느님과의 올바른 관계에서 비롯되는 은총이라며, 그 평화는 말씀을 통해 우리 안에 깃들고, 말씀을 실천할 때 세상 속에서 드러난다고 강조했다. 성경을 가까이하는 일은 곧 하느님의 평화를 받아들이는 첫걸음인 것이다.
성서 주간을 맞아 우리 모두 말씀을 통해 하느님의 평화를 만나고, 그 평화를 삶 속에서 증거하는 신앙인이 되기를 바란다. 오늘, 지금 이 자리에서 성경과의 거리를 줄이고 성경을 펼쳐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