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1월 2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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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종빈 평화칼럼] 인구 절벽과 이민 정책

서종빈 대건 안드레아(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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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 절벽이 위험 수위에 이르고 있다. 지난해 합계 출산율은 0.75명. 2023년 0.72명보다 소폭 증가했지만, 여전히 세계 최저 수준이다. 이대로 가면 50년 뒤 한국에서 태어나는 아기는 한 해 16만 명 선까지 떨어질 것으로 예측됐다. 그렇게 되면 국가의 미래는 물론 나라의 존립마저 위태로워진다.

정권마다 수많은 출산 장려 정책이 나왔지만, 백약이 무효였다. 아동 수당 확대, 세제 혜택, 육아 휴직 확대 등 주로 현금성 지원에 머물렀다. 주택과 불안정한 노동, 경쟁만 하는 교육 문화, 성 평등 돌봄 체계 등 사회 전반의 구조적 개혁이 동반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윤석열 정부는 지난해 7월 인구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부총리급의 가칭 ‘인구전략기획부’ 신설 계획을 발표했다. 부처별로 흩어진 정책을 모아 저출생·고령사회에 대응하고 인력과 이민 등 인구 정책 전반을 총괄하는 부처였다. 그러나 불법 계엄과 탄핵으로 정권이 교체돼 공수표가 됐다.

이재명 정부는 국정 운영 5개년 계획에서 인구 정책을 12대 중점 전략 과제 중 하나로 삼았다. “인구위기 적극 대응으로 지속·균형 성장”으로 요약됐다. 그러나 구조적 문제를 해결할 구체적인 해법은 담지 못했다.

다만 인구 정책 컨트롤 타워로 기존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를 ‘인구전략위원회’로 바꿔 기능과 권한을 강화하고 정책 범위도 확대하기로 했다. 저출산·고령화 외에도 경제인구 확대와 외국인 정책 등 사회·경제적 제도 정비에 나서고 인구 관련 예산의 기획과 조정 권한도 부여했다.

이 가운데 인구 절벽 해소와 사회 통합을 위한 가장 시급한 과제로 외국인 이민 정책에 대한 종합적이고 실용적인 접근이 요구되고 있다. 국내에 3개월 이상 체류하는 외국인이 지난해 사상 처음으로 250만 명을 넘었다. 이는 우리나라 총인구의 5에 해당한다. 외국인 노동자는 이미 내국인이 꺼리는 산업 현장의 필수 인력이 된 지 오래다.

그런데도 이들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집단 괴롭힘과 멸시·조롱은 줄지 않고 오히려 심해지고 있다. 우리가 꺼리거나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는 산업의 역군들이지만 그들을 환대하고 보호하기는커녕 차별과 혐오의 대상으로 인식하고 있다. 홀로 병환을 견디다 생을 달리하고, 이주민 아동은 출생통보제 적용을 못 받아 ‘유령 아동’으로 살아간다. 국가주의와 민족주의에서 벗어나 이민자를 우리 사회의 소중한 구성원으로 인정하고 함께하는 노력과 이를 뒷받침하는 법적·제도적 개선이 요구되고 있다.

이민자들은 우리 사회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고 한국 문화를 더욱 풍부하게 한다. 대한민국의 미래에 희망과 행복을 가져다줄 증인이고 전령이다. 존중과 배려로 환대받고 보호받은 ‘대한 외국인’은 산업국가에서 민주국가로 세계의 모범이 된 대한민국을 경제·문화적 선도국가로 이끄는 견인차가 될 것이다.

“손님 접대를 소홀히 하지 마십시오. 손님 접대를 하다가 어떤 이들은 모르는 사이에 천사들을 접대하기도 하였습니다.”(히브 13,2) 레오 14세 교황이 올해 세계 이주민과 난민의 날을 맞아 발표한 담화에서 인용한 성경 말씀이다. 미국 출신인 교황의 가족도 프랑스·스페인·이탈리아·미국 남부의 흑인 이민자 조상에 뿌리를 두고 있다. 대한민국이 이민자들에게 꿈과 희망, 행복을 실현하는 기회의 땅이 되도록 해야 한다.

인구 위기는 정치·경제·사회·문화·안보의 토대가 모두 흔들릴 수 있는 중차대한 국가 생존의 문제다. 사회·문화 분야에 국한된 복지 차원의 전략 과제로 접근할 문제가 아니다. 출생에서 죽음까지 인간 생명이 존중받는 사회적 안전망이 촘촘히 구축돼야 한다. 단편적이고 단기적인 대책에서 벗어나 포괄적이고 장기적인 인구 전략이 조속히 수립돼 신속히 추진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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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5-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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