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주교단, 히로시마 한국인 원폭 희생자 위령비에서 추모
한일 주교단은 19일 일본 히로시마 평화기념공원 내 한국인 원폭 희생자 위령비에서 헌화하고, 한국인 원폭 희생자를 위해 기도했다.
주교단 대표로 옥현진 대주교와 우에무라 마사히로(일본 주교회의 부의장) 주교가 헌화하고, 주교들은 1945년 8월 6일 원폭 투하로 희생된 한국인을 위해 고개 숙여 기도했다. 한국 주교들은 주모경을 바친 뒤 ‘고향의 봄’과 성가 ‘나는 부활이요 생명이니라’를 부르며 추모했다.
18일부터 ‘전후 80년의 흉터와 희망 : 젊은 세대에 평화를 연결하기 위해’를 주제로 제27회 한일주교교류모임을 열고 있는 한일 주교단은 위령비 방문에 앞서 히로시마교구 칸논마치 성당에서 미사를 봉헌했다.
주교회의 의장 이용훈 주교는 강론에서 “히로시마는 평화의 가치를 몸으로 기억하는 도시로, 전쟁의 상흔이 남아 있지만 그 고통을 품은 채 세상의 평화를 증언하는 땅이 되었다”며 “제2차 세계대전 종식 80주년을 맞이하는 올해, 바로 이곳 히로시마에서 한국과 일본의 주교들이 함께 기도하고 대화할 수 있다는 것은 참으로 뜻깊고 감동적인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 주교는 이어 “이제 우리의 가장 중요한 과제는 이번 모임의 주제처럼 젊은 세대를 위해 평화의 다리를 놓는 일”이라며 “이 교류를 이어가는 이유는 단지 과거의 기억에 머물지 않고 미래 세대에게 화해와 평화의 유산을 물려주기 위함”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한일 주교들은 18일 히로시마 성 프란치스코 하비에르 성당에서도 전후 80년을 맞아 세계 평화를 염원하며 일본 주교단 주례로 미사를 봉헌했다. 삿포로교구장 가쓰야 다이지 주교는 강론에서 “전후 80년을 맞는 지금, 제2차 세계대전을 직접 기억하는 이들이 줄어들었다”며 “희미해져 가는 전쟁의 기억을 올바르게 전하는 것이 우리의 사명”이라고 강조했다.
한일주교교류모임에서는 나카이 준(예수회) 신부가 ‘한일 가톨릭 교회의 다리가 되어 조선학교와 재일 조선인의 아픔에 함께하며 보게 된 것들’을 주제로 발표했다. 한국 주교들은 일본 조선학교가 처한 현실에 귀 기울이며, 조선학교에 대한 지원을 일본 교회에 요청했다.
이번 교류모임에는 한국 측에서 조환길(대구대교구장) 대주교, 옥현진(광주대교구장, 한일주교교류모임 연락 담당) 대주교, 주교회의 의장 이용훈(수원교구장) 주교 등 17명이, 일본 측에서는 마에다 만요(오사카-다카마쓰 대교구장) 추기경, 나카무라 미치아키(나가사키 대교구장) 대주교, 일본 주교회의 부의장 우메무라 마사히로(요코하마 교구장) 주교, 시라하마 미쓰루(히로시마 교구장) 주교 등 한일 주교 16명이 참석하고 있다. 일본 주교회의 의장 기쿠치 이사오(도쿄대교구장) 추기경은 국제 카리타스 회의 일정으로 참석하지 못했다. 기쿠치 추기경은 “지난 8월 선종한 서울대교구 유경촌 주교의 선종에 일본 주교단은 마음이 아팠다”면서 이번 모임에서 유 주교의 영원한 안식을 위해 함께 기도해달라고 전했다.
일본 히로시마= 이지혜 기자 bonappetit@c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