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1월 2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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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통스럽지만 행복하다는 것

[월간 꿈 CUM] 삶의 한 가운데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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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월간 꿈CUM


엄마에게서 연락이 왔다.너무 놀라지 말라고 하시면서 지금 제주도 병원에 와있는데 여기에서 육지에 있는 큰 병원으로 빨리 가보라고 했다는 것이다. 왼쪽 다리 무릎 위부터 허벅지까지 팽팽한 고무풍선처럼 엄마의 허벅지는 부풀어 올라 있었다고 했다. 가까스로 두 자리가 비어있는 비행기 표를 간신히 예매했다. 그렇게 풍선처럼 부풀어 오른 다리를 끌고 공항에서 휠체어 신세를 져가면서 부모님은 김포행 비행기를 타고 간신히 아들 집에 도착하셨다.

제대로 걷지도 못하는 엄마의 상태를 확인하고 미리 주민센터에서 대여 서비스를 이용해서 준비해 둔 휠체어에 엄마를 태우고 이동을 시작했다. 집에 오신 엄마는 제대로 걷지를 못하셨다. 부풀어 오른 다리에 열까지 더해져 점점 더 통증이 심해지셨다. 그렇게 처음 집에 도착하신 엄마의 상태는 점점 고통 속으로 빠져들어 갔다. 00병원을 찾았다. 진료 예약을 하고 의사 선생님과 상담을 한 후 피검사와 필요한 각종 검사 그리고 CT와 MRI까지, 할 수 있는 검사는 총동원해서 진행했다. 오랜 기다림만큼이나 체력은 바닥이 나고 지쳐만 갔다. 의사 선생님께서 최종 확인을 하는데 지금 이곳 병원에서는 치료할 수가 없다는 답변이다. 엄마의 병을 치료해줄 의사가 지금 이 병원에는 없다는 것이다. 그래도 어떤 병일지에 대해 알았다는 것과 그 병을 치료해줄 의사 선생님이 어느 병원에 계신다는 것을 알아낼 수 있었다.

그것만으로도 감사한 마음이었다. 그렇게 다시 00병원으로 급히 발길을 옮겼고 의사 선생님의 처방에 따라 다시 필요한 검사를 진행했다. 그리고 기다림 끝에 마침내 엄마의 병명을 들을 수 있었다. “연조직의 연조직육종.” 좌측 허벅지 육종이 엄마의 병명이다.
그렇게 엄마는 암 환자가 되었다. 엄마는 입원하고 수술할 수 있다는 의사 선생님의 말씀에 한없이 감사하다고 인사를 하셨다. 굉장히 충격적인 상황에서도 너무나 담담하게 상황을 마주하셨다.

시간이 지날수록 통증은 더해져만 갔는데도 오히려 엄마의 얼굴은 더 환히 펴지시고 예뻐지기까지 했다. 고통은 고통일 뿐인데 엄마의 입에서 나온 말은 고통스럽지만 지금 너무나 행복하다는 것이었다. 이렇게 오랜 시간 자식들과 손주들과 함께 보낼 수 있어서 너무 행복하시다고…. 

순간 예수님의 십자가 고통이 행복으로 느껴지면서 나도 모르게 감사의 기도를 드렸다.   


글 _ 이재훈 (마태오, 안양시장애인보호작업장 벼리마을 사무국장)
대학에서 신학과 철학을 전공했으며, 신앙 안에서 흥겨운 삶을 살아가는 일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20년 가까이 가톨릭 사회복지 활동에 투신해 오고 있으며, 대학에서 강의를 하고 있다. 하루하루 매순간 감탄하고, 감동하고, 감사하는 삶을 살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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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5-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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