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매체 BBC 등에 따르면 레오 14세 교황은 바티칸 민족학 박물관(아니마 문디 박물관)에 보관 중이던 유물 62점을 최근 캐나다 주교회의에 반환하도록 승인했다. 캐나다 주교회의는 해당 유물들을 원주민 공동체에 반환할 계획이다.
유물은 1925년 바티칸 선교 박람회에서 전시됐다. 캐나다 곳곳에서 온 원주민 유물은 당시 10만 점이 전시됐고, 이번 반환 유물은 그중 일부다. 이번에 반환되는 유물에는 캐나다 최북단에서 고래사냥에 사용됐던 이누이트족의 카약과 크리족의 자수 장갑 한 세트가 포함됐다.
이번 반환은 프란치스코 교황이 지난 2022년 캐나다 사목방문 당시 캐나다 원주민들에게 한 사과에서 비롯됐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원주민 공동체 내의 가톨릭 학교에서 벌어진 원주민 학대 매장을 ‘대학살’이라 표명하며 지역 부족 지도자들에게도 사과했다. 이 자리에서 부족민들이 교황에게 유물 반환을 요청했다.
캐나다 주교회의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올해 선종하기 전 이 선물이 캐나다 교회와 원주민 간의 화해 노력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며 “교황의 뜻에 따라, 레오 14세 교황은 캐나다 주교와 원주민 간의 관계를 구축하는 노력을 지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교황청과 캐나다 주교회의는 공동성명을 발표하고 “이번 선물은 형제애와 존중, 대화의 굳건한 상징”이라며 “유물은 신앙과 원주민 문화가 만난 역사의 상징물”이라고 밝혔다.
캐나다 주교회의 의장 피에르 구드로(생트안느드라포카티에르교구장) 주교는 “교황의 선물은 캐나다 주교들이 희년 후에도 화해의 정신으로 원주민과 함께 걸어갈 수 있도록 하는 교황의 열망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아니타 아난드 캐나다 외무부 장관은 “이번 조치는 원주민의 다양한 문화유산을 존중하는 동시에 진실과 정의, 화해를 향한 노력을 뒷받침하는 중요한 일”이라고 전했다. 조이스 나피어 주교황청 캐나다 대사는 “유물은 12월 6일 캐나다로 운송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