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1월 26일
사람과사회
전체기사 지난 연재 기사
[서지환 평화칼럼] “Compelle intrare, 들어오게 하여라”

서지환 요한 바오로(청년 생명운동가·도림동교육센터 매니저)

폰트 작게 폰트 크게 인쇄 공유


한국에서 가톨릭과 개신교의 차이를 물어보면 많은 사람이 사도직의 방식을 떠올린다. 가톨릭 신자들은 ‘밀어붙이지 않고’, 개신교 신자들은 거리와 학교를 돌아다니며 전단지를 나눠주며 사람들을 교회로 초대한다. 사람들은 가톨릭의 방식을 더 편안하게 느끼지만, 나는 개신교 신자들의 열정을 볼 때마다 존경심이 들며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그들은 하느님께서 모든 영혼의 구원을 바라신다는 것을 믿고 자신들이 그 일을 위해 쓰이는 도구임을 알기 때문이다.

가톨릭의 방식은 조금 다르다. 필립보가 친구 바르톨로메오를 데려온 것처럼, 안드레아가 자기 형인 베드로를 예수님께 인도한 것처럼, 중풍병자를 친구들이 정성껏 예수님께 데려온 것처럼, 우리에게 익숙한 사도직은 이렇게 ‘가까이 있는 사람’, 즉 가족과 친구들을 주님께 이끄는 길이다.

사람은 귀한 보물을 숨기지 않는다. 자연스럽게 나누고 싶어한다. 복음 속에서 잃어버린 은전을 찾은 부인처럼 중요한 것을 발견하면 누구에게라도 전하고 싶어진다. 초콜릿 한 상자를 혼자 먹지 않는 것처럼 좋은 축구 경기나 좋은 레스토랑은 혼자 가는 일이 거의 없다.

정말로 하느님께서 우리를 사랑하신다는 것, 그분과 함께 있을 때 참된 행복이 있다는 것, 마지막에는 천국 혹은 지옥으로 향하는 심판이 있다는 것을 믿는다면 우리는 자연스럽게 하느님을 이야기하게 된다. 사랑하는 사람들이 예수님께 가까이 가도록 돕게 된다.

한국에서 오랫동안 지내며 느낀 점은 누군가를 선으로 이끌어주는 ‘살짝 밀어주는’ 모습이 많지 않다는 것이다. 물론 도움을 주는 이들도 있지만, 전반적으로는 조심스러워한다. 자유를 ‘하고 싶은 대로 하는 것’으로만 이해하기 때문인지 결국 서로의 삶에 간섭하지 않게 만들고 그냥 넘어간다. 그러나 참된 자유는 선을 향해 선택할 수 있는 능력이라고 본다. 그렇기에 타인의 자유를 존중한다는 것은 그가 선을 향해 갈 수 있도록 돕는 것까지 포함한다.

혼인 잔치의 비유에서 예수님은 분명하게 말씀하신다. “compelle intrare, 들어오게 하여라.”(루카 14, 23) 우리는 큰 보물을 가지고 있고 넓고 밝은 잔치 자리를 준비해 두었으며 그곳에는 아직도 들어올 자리가 많다. 그러니 사람들을 들어오게 해야 한다. ‘강제로 밀어 넣으라’는 뜻이 아니다. 풍성한 가르침과 밝은 빛으로 초대하는 것이다. 넓은 마음에서, 진정한 우정에서 흘러나오는 부드러운 권면이다.

라틴어 ‘Compelle intrare’란 교회 혼을 하지 않은 친구가 성사를 받도록 도와주는 일, 냉담 중인 사람을 고해성사로 이끄는 일, 잘못된 길을 갈 때 조심스럽게 바로잡는 일, 자녀 영세를 미루는 친구에게 세례의 중요성을 일깨워주는 일, 여자친구와 해외여행을 가는 친구에게 숙소를 어떻게 쓰는지 조심스레 묻는 일, 비정상적 상황에 있는 커플이 상황을 정리하도록 용기 주는 일, 신자가 아닌 여자친구를 성탄이나 부활 대축일 미사에 데려가는 일 등이 해당된다. 이 모든 것이 바로 우리 마음에 있는 사랑과 그들이 구원받기를 바라는 열정에서 비롯된다. 특히 그 사랑과 열정은 우리 곁에 있는 사람들부터 시작되는 법이다.

물론 쉽지 않다. 침묵하는 것이 훨씬 편하다. 상대를 불편하게 하지 않는 것이 더 쉽다. 모르는 척 지나가는 것이 마음이 덜 쓰인다. 그러나 사랑은 언제나 편한 길이 아니다.

혼인 잔치에 사람들을 데려갔던 종들은 잔치에 모여든 이들이 기뻐하는 모습을 보며 큰 기쁨을 느꼈을 것이다. 마찬가지로 우리도 사랑하는 이들이 하느님과의 깊은 우정을 누리는 모습을 볼 때 그 기쁨은 말할 수 없이 클 것이다. 그들을 ‘살짝 밀어주었던’ 그 선택이 얼마나 값진 것이었는지 온몸으로 느끼게 될 것이다.

 



[기사원문보기]
가톨릭평화신문 2025-11-26

관련뉴스

말씀사탕2025. 11. 26

마태 25장 4절
슬기로운 처녀들은 등과 함께 기름도 그릇에 담아 가지고 있었다.
  • QUICK MENU

  • 성경
  • 기도문
  • 소리주보

  • 카톨릭성가
  • 카톨릭대사전
  • 성무일도

  • 성경쓰기
  • 7성사
  • 가톨릭성인


GoodNews Copyright ⓒ 1998
천주교 서울대교구 · 가톨릭굿뉴스.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