굽어서 온전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길이나 강이 직전으로 뻗지 않고 적당히 굽어 있어야 자신의 역할을 다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굽은 길을 내어야할 지형에서 길을 곧게 내려면 무리가 따릅니다. 조금만 돌아가면 될 것을 억지로 산을 깎아내면서까지 지형을 만들다 보면 주변 생태계가 파괴되고, 급기야 길을 낸 애초의 목적도 유명무실해져 버립니다. 그대로 산과 산 사이로 끊임없이 이어져 흐르는 강물은 우리에게 겸허하고 유연한 삶이 중요함을 알려줍니다.
인생길에서도 때로는 돌아갈지라도 궁극적으로 나아가야 할 지향점을 잃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왜냐하면 인생은 수학 문제를 풀 때처럼 딱 들어맞는 공식이나 정답이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많은 영성가들이 공통적으로 전해주는 인생길의 지혜입니다.
우리는 오래전부터 올곧고 바르게 길을 가는 것이 정도(正道)라고 배워왔습니다. 그런데 그러다 보니 조금이라도 어긋났을 경우 스스로를 용서하지 못하는 병적인 습관이 생겼습니다.
그리고 이것은 신앙인이 된 후 더 문제가 악화되어서, 스스로 늘 같은 죄를 짓고 사는 한심한 놈이라고, 아무리 노력해도 달라지지 않는 무능한 존재라고 비하합니다.
그러나 인생길이건 신앙인의 길이건 곡즉전(曲則全), 굽어야 온전할 수 있는 것입니다. 직선으로 내달리고 싶은 생각에 조급해질 때 곡즉전을 외치시기 바랍니다.
글 _ 홍성남 신부 (마태오, 서울대교구 가톨릭영성심리상담소 소장)
1987년 사제 수품. KBS 아침마당 특강 ‘화날 땐 화내고, 슬플 땐 울어야 한다’로 전 국민의 마음을 달래주었다.
저서로 「챙기고 사세요」 「화나면 화내고 힘들 땐 쉬어」 「새장 밖으로」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