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오 14세 교황은 튀르키예 사목 방문 마지막 날인 11월 30일 정교회 형제들 앞에서 “우리는 일치를 향한 노력을 늦춰서는 안 된다”고 역설했다.
교황은 성 안드레아 사도 축일인 이날 교회 일치 차원에서 이스탄불(옛 콘스탄티노폴리스) 파나르의 성 제오르지오 총대주교좌 성당에서 거행된 정교회 감사의 성찬 예배(신성한 리뚜르기아)에 참여했다. 바르톨로메오 1세 정교회 콘스탄티노폴리스 세계총대주교의 초청을 받아서다. 정교회 성찬 예배는 가톨릭의 미사에 해당한다.
교황은 이날 성찬 예배 중 연설을 통해 “과거에는 서로 다른 교회의 그리스도인들 사이에 오해와 심지어 갈등이 있었으며, 아직도 우리가 완전한 친교를 이루는 것을 가로막는 장애물이 존재한다”면서도 “우리는 계속해서 서로를 그리스도 안의 형제자매로 여기고, 사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세례를 받은 모든 사람의 완전한 친교를 추구하는 것은 보편 교회 안에서 모든 이들을 섬기며 친교와 일치를 건설하고, 수호하는 역할을 맡은 로마 주교로서의 제 직무의 우선순위 중 하나”라고 말했다.
아울러 교황은 “오늘날 우리 교회들은 성령께서 촉구하시는 것에 함께 응답해야 한다”며 가톨릭과 정교회가 공동선을 위해 힘을 모아 대처해야 할 세 가지 도전을 언급했다. 교황은 “첫째, 피로 얼룩진 갈등과 폭력이 발생하는 이 시기에 가톨릭과 정교회는 평화의 건설자가 되도록 부름 받는다”며 “평화는 단지 인간 노력의 결실이 아니라 하느님의 선물”이라고 설명했다. 또 “평화는 기도·참회·관상 그리고 우리가 진정으로 평화에 봉사할 수 있도록 어떤 말과 행동을 취해야 할지 식별하도록 도와주시는 주님과의 살아있는 관계를 육성함으로써 추구돼야 한다”고 당부했다.
교황은 “우리가 직면한 또다른 도전은 생태 위기”라며 “가톨릭과 정교회는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맡기신 피조물을 돌보는 책임이 모든 이에게 있음을 인정하도록 새로운 사고방식을 증진하는 일에 협력하도록 부름받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세 번째 도전은 새로운 기술, 즉 통신 분야에서의 기술 사용”이라며 “우리 교회들은 기술의 책임 있는 사용을 증진하는 일에 협력해 그 혜택이 소수나 특권층의 이익으로만 한정되지 않도록 보장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교황은 또 11월 28일 니케아 공의회 1700주년을 기념해 튀르키예 이즈니크(옛 니케아)에서 세계총대주교 등 여러 그리스도교 지도자와 함께 교회 일치 기도를 바친 것을 언급하며 “니케아-콘스탄티노폴리스 신경에서 고백하는 신앙이 우리를 진정한 친교로 하나 되게 하고 서로를 형제자매로 인정하게 해줬다”고 회상했다. 이날 성찬 예배에는 정교회 주교단 등 400여 명이 참여했다. 교황은 세계총대주교와 함께 마침 강복을 줬다.
앞서 교황은 이스탄불의 아르메니아 사도 교회 총대주교좌 성당을 방문해 사하크 2세 콘스탄티노폴리스 총대주교를 만났다. 아르메니아 사도 교회는 튀르키예에서 가장 신자가 많은 그리스도교 교파다.
교황은 11월 27일부터 12월 2일까지 첫 해외 사목 방문으로 튀르키예와 레바논 2개국을 순방한다. 교황은 30일 이스탄불 아타튀르크 국제공항에서 항공기를 타고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 국제공항으로 이동했다.
이학주 기자 goldenmouth@c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