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오 14세 교황은 튀르키예 사목 방문 마지막 날인 11월 30일 이스탄불의 아르메니아 사도 교회 총대주교좌 성당을 찾았다. 교황은 이곳에서 사하크 2세 콘스탄티노폴리스(이스탄불) 총대주교를 비롯한 아르메니아 사도 교회 공동체와 함께 기도했다. 제4차 보편 공의회인 칼케돈 공의회(451년)를 인정하지 않는 고대 동방 교회(동방 독립 교회) 중 하나인 아르메니아 사도 교회는 튀르키예에서 가장 신자가 많은 그리스도교 교파다.
교황은 이날 “역사 전반에 걸쳐, 종종 비극적인 상황 속에서도 아르메니아인들이 용감한 그리스도교적 증언을 보여준 데 대해 하느님께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가톨릭교회와 아르메니아 사도 교회를 하나로 묶는 더 긴밀한 형제적 유대에 대해서도 주님께 깊은 감사를 표하고 싶다”며 두 교회 간 ‘사랑의 대화’의 역사를 설명했다.
제2차 바티칸 공의회 직후인 1967년 5월, 아르메니아 사도 교회 수좌 총대주교인 호렌 1세는 성 바오로 6세 교황을 방문했다. 동방 독립 교회(오리엔트 정교회) 수장으로는 처음으로 바티칸을 찾은 것이었다. 1970년 5월에는 후임자인 바스켄 1세 총대주교가 성 바오로 6세 교황과 함께 교황-동방 독립 교회 총대주교 간 첫 번째 공동 선언에 서명했다.
이어 레오 14세 교황은 “첫 보편 공의회인 니케아 공의회 1700주년을 맞아 우리는 로마 교회와 고대 동방 교회 사이, 초기 몇 세기 동안 존재했던 일치를 회복하기 위해 니케아 신경에서 영감을 얻어야 한다”며 “이 친교는 흡수나 지배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 아버지께 영광을 돌리고 그리스도의 몸을 성장시키기 위해 우리 교회가 성령으로부터 받은 은사를 서로 나누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아르메니아 전통의 성인 중 12세기 시인이자 수좌 총대주교인 네르세스 4세를 기억하고 싶다. 그는 ‘그들이 모두 하나가 되게 해 주십시오’(요한 17,21)라는 그리스도의 기도를 이루기 위해 교회들을 화해시키려 끊임없이 노력했다”며 “성 네르세스의 모범이 우리에게 영감을 주고, 그의 기도가 온전한 친교로 나아가는 길에서 우리를 강화해주길 바란다”고 전했다.
끝으로 교황은 사하크 2세의 환대에 감사를 전하며 “그리스도인 일치라는 거룩한 대의에 진심으로 헌신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또 아르메니아 사도 교회 수좌 총대주교인 카레킨 2세에게도 안부를 전했다.
이학주 기자 goldenmouth@c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