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를 방문하는 관광객 대부분, 심지어 가톨릭 성지 순례자들도, 성 베드로 대성당이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성당이며 항상 교황의 거처이자 주교좌일 것이라고 여긴다. 그러나 사실은 전혀 그렇지 않다.
실제로 로마교구의 주교좌성당은 라테라노 대성당이다. 이 성당은 티베르강 건너, 로마의 다른 쪽에 자리하고 있다. 성당 앞 넓은 광장은 오늘날 로마 시민들에게 주로 대규모 정치 집회와 콘서트가 열리는 장소로 더 잘 알려져 있다.
콘스탄티누스 황제는 4세기, 성 실베스테르 1세 교황(재위 315~345년) 때 이 성당의 원래 건물을 세웠다. 당시 붙여진 본래 이름은 오늘날까지 유지되고 있는데, ‘지극히 거룩하신 구세주 그리스도 성당’이었다. 동방과 서방의 그리스도인들은 이 성당을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교회로 여겼고, 지금도 그렇게 생각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그러나 건축 후 약 100년이 지나 게르만족의 침입으로 ‘지극히 거룩하신 구세주 그리스도 성당’은 약탈을 당했고, 이후 수 세기에 걸쳐 지진과 큰 화재로 심각한 피해를 입었다. 지금 우리가 보는 건물의 대부분은 17세기에 재건된 것이며, ‘영원의 도시’ 로마 곳곳과 마찬가지로 바로크 양식으로 장식되어 있다.
당당히 십자가를 껴안고 있는 승리하신 그리스도의 조각상 바로 아래, 이 장엄한 정면 파사드에는 이 성당의 공식 명칭을 암시하는 ‘Cristo Salvatori(구세주 그리스도)’라는 라틴어 비문이 새겨져 있다.
이후 교황들은 세례자 요한과 복음사가 요한을 이 성당의 특별 주보 성인으로 더해 주었고, 그래서 오늘날 이 성당이 ‘성 요한 라테라노 대성당’으로 더 널리 알려지게 되었다. 정문 양쪽을 받치고 있는 두 개의 거대한 기둥 밑에는 또 다른 비문이 새겨져 있다. ‘Sacros. Lateran. Eccles./Omnium Urbis et Orbis Ecclesiarum Mater et Caput.’ 이는 라테라노 대성당이 ‘로마와 온 세상 모든 교회의 어머니요 으뜸’임을 알려 준다.
라테라노는 거의 1000년 동안 로마교구의 주교좌성당이자 교구 행정의 중심지였다. 그러나 1309년, 클레멘스 5세 교황과 교황청이 프랑스로 옮겨 가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70년이 지난 후, 교황청이 다시 로마로 돌아왔을 때는 라테라노 대성당과 교황 거처는 이미 폐허에 가까운 상태였다. 그 무렵부터 바티칸과 성 베드로 대성당의 중요성이 점점 더 부각되었다. 그리고 오늘날까지도 여전히 로마교구의 주교좌인 라테라노 대성당은 서서히, 그리고 계속해서 소홀히 다루어지기 시작했다.
그럼에도 지난 2월 프란치스코 교황은 로마에서 열린 한 학술대회에 보낸 서한에서 이렇게 썼다. “모든 교구는 본받아야 할 전례의 모범으로 주교와 주교좌성당을 바라봅니다.” 부디 다른 교구들이, 교황들이 지금 자기 주교좌성당을 활용하는 방식(혹은 거의 활용하지 않는 방식)을 그대로 본받고 있지는 않기를 바랄 뿐이다.
예를 들어, 교황은 부제·사제·주교 서품식과 같은 교구의 주요 전례를 라테라노 대성당에서 집전하지 않고 있다. 교황이 이곳에서 마지막으로 서품식을 주례한 것은 2015년, 프란치스코 교황이 자신의 총대리 주교를 서임했을 때였다. 그 이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면, 성 요한 23세 교황이 라테라노 대성당에서 주교 서품식을 거행했던 1962년이 마지막이다.
성유 축성 미사도 라테라노 대성당이 아니라 성 베드로 대성당에서 거행된다. 로마에서 유학하거나 일하는 교구 외 사제들까지 초대하다 보니, 더 많은 인원을 수용할 수 있는 성 베드로 대성당을 사용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그들이 꼭 모두 초대되어야 할 필요는 없다.
교황은 로마교구 주교좌성당의 중요성을 되살리기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몇 가지 제안을 하자면, 11월 8일 ‘라테라노 대성전 봉헌 축일’의 명칭을 ‘로마교구 주교좌성당 봉헌 축일’로 바꾸어 보면 어떨까? 이렇게 하면 이 성당의 진정한 성격과 목적이 더욱 강조된다.
생각해 보면, 한 사람이 교황으로 선출된 뒤에는, 자신의 주교좌성당에 착좌하기도 전에, 성 베드로 대성당에서 즉위미사를 거행한다. 순서는 그 반대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
또 하나 제안하자면, 로마의 주교는 성유 축성 미사뿐 아니라 서품식, 파스카 성야 미사, 전례력의 시작인 대림 제1주일 미사 등 교구의 주요 전례를 자신의 주교좌성당에서 거행해야 한다.
그리스도교에서 가장 중요한 이 성당의 위상을 되살리기 위해 말할 수 있는 것, 또 실제로 해야 할 일은 이 밖에도 훨씬 많다. 보수 공사와 환경 정비도 진지하게 검토되어야 한다.
그리고 때가 되면, 지금의 교황도 로마교구 주교좌성당에 안장된 여러 교황들, 특히 자신과 같은 이름을 지닌 레오 13세 교황과 함께 그곳에 잠들기를 선택할 수도 있을 것이다.
글 _ 로버트 미켄스
1986년부터 로마에 거주하고 있으며, 40년 가까이 교황청과 가톨릭교회에 관해 글을 쓰고 있다. 교황청립 그레고리오대학교에서 신학을 공부했고, 11년 동안 바티칸라디오에서 근무했다. 런던 소재 가톨릭 주간지 ‘더 태블릿’에서도 10년간 일했으며, ‘라 크루아 인터내셔널’(La Croix International) 편집장(2014~2024)을 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