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BC 의장 필리포 네리 페라오 추기경을 비롯한 아시아 교회 추기경단이 11월 30일 말레이시아 페낭 라이트 호텔에서 '희망의 대순례' 폐막 미사를 주례하고 있다.
아시아 각 지역 교회에 속한 모든 하느님 백성들의 만남과 연대의 장이 된 아시아주교회의연합회(FABC) ‘희망의 대순례’가 11월 30일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FABC 희망의 대순례는 2006년 태국 치앙마이에서 열린 제1회 아시아 선교대회에 이어 19년 만에 개최된 두 번째 아시아 선교대회로 마련됐다.
말레이시아 페낭에서 11월 27일부터 나흘간 개최된 FABC ‘희망의 대순례’에는 아시아 및 태평양 도서 국가 32개국에서 10명의 추기경과 104명의 주교·155명의 사제, 420여 명의 평신도까지 1000여 명이 참가해 뜨거운 열기 속에 진행됐다.
아시아 각 교회에서 온 이들은 어려운 현실 속에도 다양성 안에서 가난한 이웃과 동반하고 있는 사목과 활동을 나누며 한자리에서 만난 자체를 기뻐했다. 또 서로 경청하는 시노드 방식의 대화를 통해 현대 아시아 교회가 직면한 도전과 사목적 어려움을 나누고, 아시아 교회 백성 모두가 손을 더 맞잡고 함께 걸으며 그야말로 ‘희망의 대순례’를 계속 이어가기로 약속했다.
각 지역 교회를 대표해 참가한 이들은 언어·문화의 차이를 신앙으로 극복하며 전례와 강의·나눔·성령의 인도를 따르는 대화, 문화 행사에 함께했다. 한국 교회에서는 주교회의 복음선교위원회 위원장 장신호 주교를 비롯한 주교 7명과 사제단·수도자·평신도 등 27명이 대표로 파견돼 친교를 나눴다. 한국 교회 대표단은 2027년 열릴 서울 세계청년대회를 향한 각국 교회들의 관심을 한몸에 받았다. 참가자들은 “겸손과 연대로 ‘새로운 길’을 따라 나서는 이 시대의 동방 박사가 되자”고 다짐했다.
FABC 의장 필리페 네리 페라오 추기경은 폐막미사 강론에서 “주님의 인도를 따라 새로운 희망을 향해 앞으로 나아가자”며 앞으로의 아시아 교회 복음화 여정에 거듭 힘을 실었다. 페라오 추기경은 “희망의 대순례는 참가자 모두가 각자의 아픔과 희망을 나누면서 새로운 복음화를 향해 나아갈 비전을 엿볼 기회였다”며 “우리는 이를 통해 아시아의 평화가 이상적인 이야기가 아니라 주님의 인도에 따라 함께 걷다 보면 얻을 수 있는 결실임을 절실히 깨달았다”고 말했다.
아시아주교회의연합회(FABC) 희망의 대순례에 참여한 주교와 사제, 수도자, 평신도들이 11월 30일 말레이시아 페낭 라이트 호텔에서 FABC 아시아 교회 추기경단과 주교·사제단 공동집전으로 미사를 봉헌한 후 각자의 지역 교회로 파견되기 전 함께 손을 붙잡고 기도하고 있다.
페라오 추기경은 이어 “희망의 대순례를 통해 우리는 아시아의 문화적 다양성 속에서 대륙 각지에서 펼치고 있는 선교지 경험을 나눴고 각국에서 벌어지는 갈등 극복을 위해 함께 기도했다”며 “이 순례가 주님 안에서의 일치와 화해를 이루고 진정한 공동체로 함께 나아가는 계기를 선사한다면, 이는 아시아 교회의 미래를 밝히는 커다란 희망의 씨앗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참가자들은 미사 후 토마스 사도부터 한국·베트남 교회의 성 김대건·둥락 신부에 이르기까지 성인들을 호명하며 ‘아시아 교회의 새 복음화를 향한 길’을 위해 하느님께 전구해달라고 기도했다. 추기경과 주교들은 참가자들이 앉아있는 80여 개의 테이블에 나눠 배석해 함께 기도를 바쳤고, 참가자들을 축복해주며 이들이 주님께서 몸소 모범을 보이신 ‘새로운 길’을 좇아 아시아 교회의 새 복음화를 향한 희망이 되길 격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