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대림 제2주일이자 제44회 인권 주일이다. 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장 김선태 주교는 올해 인권 주일 담화에서 우리 사회 곳곳에서 확산하고 있는 혐오의 현실을 날카롭게 짚어냈다. 특히 이주민 혐오는 두려움과 불안에서 비롯된다는 지적처럼, 경쟁과 배제의 논리가 팽배한 우리 사회에서 타인을 향한 연대성은 급격히 약화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도 교회는 하느님의 모상으로 창조된 모든 이의 존엄을 지키기 위해 조용히 그러나 꾸준히 행동해 왔다. 최근 대전교구 이주사목부 천안 모이세가 마련한 ‘국악과 함께하는 대림 특강’, 서울대교구 이주사목위원회가 추진하는 ‘희망 날개’ 사업 등은 교회 공동체가 펼치는 중요한 연대의 실천이다. 제주교구 이주사목위원회 나오미센터와 주변 신자들의 도움으로 제주에서 둥지를 내리고 있는 나디아 씨 오 남매의 사례에서 보듯, 그리스도의 사랑은 모든 이를 보듬을 수 있다.
이주민 혐오는 결코 개인감정의 문제가 아니다. 거짓 정보와 집단적 불안이 뒤섞일 때 혐오는 사회를 병들게 하고 약자를 공격하는 힘으로 변한다. 그러므로 그리스도인은 두려움의 벽을 허물고 ‘공감의 영역’을 넓히는 데 앞장서야 한다. 낯선 이와 인격적으로 마주하고, 허위와 편견에 저항하며, 공동선을 향해 나아가는 것이 오늘 그리스도인이 져야 할 책임이다.
우리가 혐오해야 할 대상은 인간이 아니라 악이다. 이주민과 난민, 사회적 약자를 향한 배척을 멈추고, 우리 안에 오신 아기 예수의 마음으로 보편적 형제애를 선택하자. 교회가 걸어온 이 연대의 실천에 모든 신자가 함께 나설 때 인권 주일의 외침은 우리의 삶 안에서 열매 맺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