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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제의 눈] 훈식이 형, 현지 누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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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국 대통령실 디지털소통비서관이 문진석 더불어민주당 원내 수석부대표와 인사 청탁을 주고받는 대화 내용이 한 매체를 통해 공개됐습니다. 지난 2일 내년도 예산안 처리가 진행 중인 국회 본회의장에서 문 수석부대표는 김 비서관에게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 회장직에 대학교 동문 후배를 추천합니다. 김 비서관은 이에 “네 형님, 제가 훈식이 형이랑 현지 누나한테 추천할게요!”라고 답합니다. 여기서 ‘훈식이 형’은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 ‘현지 누나’는 김현지 제 1부속실장을 말합니다.

한국자동차협회는 현대자동차·르노 코리아 등 유수의 자동차 기업이 회원인 민간 협회입니다. 민간 협회이기에 협회장에 대한 대통령실의 인사권이 없는 건 당연합니다. 협회장 추천권도 지명권도 없습니다. 이런 곳에도 대통령실이 압력을 넣어 자신들의 사람을 앉히려고 했다는 겁니다. 이렇게 민간 직위에도 대통령실에 인사 청탁을 하는데 공공기관 인사는 얼마나 많은 인사 청탁이 오갔을지 상상도 어렵습니다.

설령 대통령실에 인사권이 있다고 해도 원칙대로 처리하지 않았습니다. 정상적인 방법으로 청탁이 성공하기 어렵다는 걸 깨달은 문 수석부대표는 김 비서관에게 우회 청탁을 합니다. 협회장으로 청탁한 대상자가 이재명 대통령의 도지사 선거 때 도와줬다는 겁니다. 또 모두 같은 대학 동문이라는 겁니다. 경력과 전문성은 없습니다. 대학교 동아리처럼 아우, 형, 누나라고 부르는 이들이 인사 청탁을 주고받았습니다. 우리는 이런 걸 정실 인사라고 부릅니다. 

무엇보다 김 실장의 등장도 이상합니다. 대통령 일정 챙기는 업무를 하는 김 실장은 인사에 관해서 권한도 직책도 없습니다. 하지만 세간에는 ‘만사현통’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김 실장이 이재명 정부의 실세라는 의혹이 있습니다. 김 실장은 28년간 이재명 대통령과 함께한 핵심 측근이기에 나온 의혹입니다. 야당에서는 이재명 정부의 “상왕”이 밝혀졌다고 말합니다. 이번 메시지로 의혹은 더욱 커졌습니다. 

그렇지만 논란에 대한 대통령실의 태도는 아쉽습니다. 처음에는 “‘눈물이 쏙 빠지게’ 경고했다”고 하거나 김 비서관의 스타일이 “주책”이라고 하는 등 큰 문제가 아니라는 식으로 반응했습니다. 하지만 논란이 커지자 대통령실은 김 비서관의 사표를 빠르게 수리합니다. 더욱이 이재명 대통령이 국민 앞에 약속한 특별감찰관은 아직 임명되지 않고 있습니다. 대통령실 내부를 감찰하는 특별감찰관 임명에 대해 여러 이유로 미루더니 올해 안에는 어렵다고 합니다. 지금이라도 예방주사를 맞는 마음으로 특별감찰관을 임명해야 합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부정부패는 악이 스며들어 전체를 썩게 만든다”고 했습니다. 과거 최순실과 김건희가 그랬습니다. 권한도 없는 자가 권력 근처에 있다는 이유로 민간 단체를 포함한 인사에 관여했습니다. 그러다 모두 알다시피 결국 정권은 쓰러졌습니다. 출범 1년도 되지 않은 이재명 정부에서도 같은 일이 반복되고 있는 건 아닌지, 많은 시민들이 걱정합니다. 지금이라도 모두 썩어 없어지기 전에 부패한 곳을 들어내고 예방주사를 맞아야 합니다.

오늘 [사제의 눈] 제목은 <훈식이 형, 현지 누나>입니다. 부정부패를 몰아내고 흐트러진 공직 기강을 다시 세워 공동선을 실천하는 우리 공동체가 되길 바라며 오늘도 평화를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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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5-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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