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티칸 성 베드로 대성전과 로마 산탄젤로 성을 연결하는 도로 한 가운데에 도보 설치 공사를 알리는 바리케이트가 설치되어 있다. OSV
교황청 2024 통합 재무 보고서 표지.
교황청의 재정 적자 폭이 큰 폭으로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일각에선 재무 구조의 체질 개선이 이뤄지진 않았다고 비판했다.
교황청이 11월 26일 발표한 ‘2024년 통합 재무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교황청 운영 수지 적자는 4440만 유로(약 760억 원)로, 2023년 8350만 유로(약 1430억 원) 대비 절반가량인 약 3950만 유로(약 670억 원)가 줄었다. 동시에 베드로 성금을 포함한 기부금, 재정 투자 실적과 운영 수익 창출 등을 통해 교황청의 총수입이 증가했다고 보고했다. 교황청 모든 기관의 예산을 합하면 160만 유로(약 27억 원) 흑자를 기록했다. 교황청이 명목상 흑자로 마감한 것은 9년 만이다.
적자 폭 감소는 관광 수입과 투자 수익 증대, 교황청 운영 체질 개선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2024년 코로나19의 영향에서 벗어난 것과 더불어 희년을 앞두고 로마 및 바티칸 관광객이 급증했다. 또 바티칸 박물관은 2024년 1월 1일부터 입장료를 17유로(약 3만 원)에서 20유로(약 3만 4000원)로 인상했다.
또 전 세계적으로 고금리 기조가 유지됐는데, 교황청이 보유한 현금성 자산과 투자 포트폴리오에서 발생한 이자 수익 및 금융 소득이 예년보다 높게 잡혔다. 또 교황청 재무원 막시미노 카바예로 레도 장관은 “각 부서의 불필요한 컨설팅 비용을 삭감했고, 조달 업무 중앙화로 비용을 절감했다”고 설명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개혁으로 사도좌재산관리처(APSA)의 운영이 전문화 및 효율화되면서 부동산 수익률이 개선됐다는 의견도 나온다. 이 기조를 이어 레오 14세 교황은 지난 9월 교황청 부서 및 기관의 해외 자산운용기관 이용 금지 법안을 폐지한 바 있다.
하지만 이같은 재정 개선은 단기적 착시일 뿐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바티칸 평신도노동자협회(노조, ADLV)는 1일 성명을 통해 “교황청 재정 상황의 구조적 변화보다는 기부금 증가에 따른 착시현상”이라며 “교황청 운영 안정성이 확보된 것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교황청 재무원도 “지속 가능한 흑자를 위해선 기부금 의존도를 낮추고 자체 수익을 더 늘려야 한다”고 전했다.
노조는 바티칸 연금 상황의 투명성 비판을 이어갔다. 연금기금 적자는 15억 유로(약 2조 6000억 원) 이상으로 추정되지만, 기금의 재무제표에의 접근은 제한된다. 특히 이번 발표에서도 연금기금 항목은 다뤄지지 않거나 축소 발표됐다. 노조는 “연금기금의 투명성을 제고해야 한다”며 “교황청의 단기적 재정 개선이 연금과 급여 지급 등 구조적 위기까지 개선한 것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