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2월 1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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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함으로 보는 리더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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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을 방문한 작은형제회 총봉사자 마시모 푸사렐리 신부를 처음 만났다. 전 세계 만 명이 넘는 회원을 보유하고 있는 세계적인 수도회의 총봉사자는 어떤 사람일지 내심 궁금했다. 만나기 전 그에 대해 아는 것은 이탈리아 사람이라는 것과 수도회 영성답게 이민자를 비롯한 약자들과 함께해 온 인물이라는 점 등이었다.


그는 12월 4일 경기도 파주시 파티마 평화의 성당에서 임진각 평화누리공원까지 수도자, 재속회원들과 함께 도보로 순례했다. 공원에 도착해 저만치 북한이 보이는 전망대에 오르자 재속회원들이 그에게 삼삼오오 몰려갔다. 아마 짧은 휴식 시간 동안 푸사렐리 신부는 이들과 스무 장은 족히 넘는 사진을 찍었을 것이다. 그는 그 와중에도 공원 내 분단과 평화를 상징하는 전시물들을 유심히 살펴보고, 한국 수도자들에게 이것저것 물어보기도 했다.


무심한 듯 소소한 것에 관심을 두는 모습은 총봉사자라는 직책보다는 수도회의 평범한 ‘수사’에 더욱 가까워 보였다. 반면 그와 인터뷰를 시작하자 부드러움에 감춰졌던 확고함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간의 수도 생활을 통해 얻은 경험인 유럽 내 이민자들, 전쟁과 폭력, 불평등 문제와 이에 대해 수도회가 프란치스코 성인의 영성에 따라 행하는 활동들에 대해서는 일관되고 명확하게 이야기했다. 


건전한 신념과 뚝심, 겸손함과 리더십을 갖춘 지도자를 찾기 어려운 세상이 됐다. 세심함보다는 거친 언행과 자극적인 발언을 곁들여 자국 우선주의를 내세우는 지도자가 마치 유행인 듯하다. 지도자의 발언 하나하나가 세계 경제를 술렁이게 한다. 하지만 리더십은 청중을 향해 크게 외치는 발언이 아니라 그 지도자의 작고 소소한 행동에서 드러난다. 그래서 더욱 푸사렐리 신부의 세심함이 유독 마음에 와닿았는지도 모른다.


이형준 기자 june@catime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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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25-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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