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오 14세 교황이 2일 로마로 가는 비행기 안에서 한 신자가 교황의 사목 방문 일정을 보고 그린 그림을 선물 받은 후 이를 들어보이고 있다. OSV
튀르키예·레바논 방문, 교회 일치 강조
전쟁·재난에 지친 이들에 희망의 메시지
교황 행보, 이-팔 관계 영향 줄 것 기대
레오 14세 교황의 최근 튀르키예·레바논 사목방문으로 국제사회에 다시금 평화를 향한 바람이 불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교황이 이번 중동 지역을 사목방문하며 바란 점은 교회 일치와 종교 간 대화를 통한 평화 도모였고, 실제 ‘평화의 사도’인 교황의 방문이 국제사회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다.
교황이 11월 27일부터 12월 2일까지 약 일주일간 튀르키예·레바논 사목방문을 마치고 로마로 돌아왔다. 교황은 첫 해외 사목방문에서 교회사에 있어 갈라진 형제를 찾아가 만나고, 정교회 성찬 예배에 참여한 데 이어 세계 정교회 수장과 나란히 서서 형제애를 확인하는 행보를 이어갔다. 또 레바논 베이루트 해안에서 15만 명의 신자와 젊은이들의 환대를 받은 교황은 “여러분은 물려받은 세상보다 더 나은 세상을 만들 수 있다”며 5년 전 베이루트 폭파 사고 위로를 넘어 평화와 정의, 희망의 메시지를 전했다.
교황의 이번 중동 지역 사목방문은 교회 일치와 종교 간 대화를 넘어 궁극적으로 평화와 화해를 향한 걸음이었다는 것이 외신들의 분석이다. 국제사회는 이같은 교황의 행보가 이스라엘-팔레스타인을 비롯한 주변 국가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영국 스카이뉴스는 “국제사회 우려에도 이스라엘이 주변국 공습을 멈추지 않으면서 지역 정세가 더욱 복잡해지고 있지만, 그럼에도 교황은 레바논을 찾아 오랜 전쟁과 재난에 지친 이들을 위로했다”며 “전쟁과 재난의 아픔에 함께 힘들어하고, 희생자를 위로하는 교황의 모습은 현지 그리스도인은 물론, 타 종교인들에게도 깊은 감동을 줬다”고 전했다.
레오 14세 교황이 2일 레바논 베이루트 항구 폭발 사고로 희생된 이들의 가족을 만난 자리에서 사고로 아버지를 잃은 아이와 손을 잡으며 위로하고 있다. OSV
교황이 니케아 공의회 1700주년을 맞아 형제 교회 지도자들과 함께 기도하며 일치하는 모습을 보이고, 공동 선언을 한 것도 교회 일치를 향한 중대한 이정표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아랍계 통신사 알 자지라는 “니케아 공의회와 그 결과 만들어진 니케아 신경은 가톨릭과 정교회는 물론 일부 개신교 교파에도 중요하게 받아들여지는 믿음”이라며 “그리스도인이 함께 모여 이를 기념한 것은 수 세기 간 이어져 온 교회 일치를 위한 노력 중에서도 가장 의미 있는 사건으로 기록될 것”이라고 했다.
레오 14세 교황이 1일 레바논 베이루트에서 현지 그리스도인·무슬림 지도자들 함께 앉아 대화를 나누고 있다. OSV
교황 또한 이번 여정을 통해 “평화의 가능성을 봤다”고 밝혔다. 교황은 7일 바티칸 성 베드로 광장에서 주일 삼종기도 후 연설에서 “이번 사목방문에서 본 것처럼 그리스도인들이 다른 신앙과 문화를 가진 이들과 대화에 나서기만 해도 평화 건설에 크게 이바지할 수 있다”며 “‘평화는 가능하다’는 것을 기억하고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당부했다.
교황은 귀국행 기내 기자회견에서도 종교 간 대화를 통한 평화의 행보를 이어가고 싶다고 거듭 전했다. 교황은 “아직 다음 사목 방문지 일정이 잡힌 것은 아니지만, 아프리카 알제리에서는 자국 출신인 성 아우구스티노를 무척 존경하는 것으로 안다. 그의 유적지를 방문할 수 있길 원한다”며 “성 아우구스티노의 모범을 본받아 그리스도교와 이슬람교 사이 다리를 놓는 역할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