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몸과 마음이 지칠 때, 커피 한잔과 과자 한 조각이 큰 힘이 될 때가 있죠.
커피와 쿠키, 그리고 따뜻한 말 한 마디로 사람들에게 용기와 희망을 주는 곳이 있습니다.
송창환 기자가 다녀왔습니다.
[기자] 서울 종로구 북촌 한옥마을.
4평 남짓 작은 공간, 라디오에선 클래식이 흘러나오고, 가게 안은 쿠키 굽는 냄새로 가득합니다.
이정애 할머니는 68세의 나이로 '정애쿠키'를 열어 12년째 가게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80세의 고령에도 가게를 운영하는 건, 사람들에게 용기를 전할 수 있다는 생각에서입니다.
<이정애 체칠리아 / 정애쿠키·연희동본당>
"젊은 사람들도 '뭘 하고 싶어도 잘 못하는데 나를 보고 용기를 얻어간다. 그리고 또 현재 카페를 운영하고 있는데 너무 지쳐서 이제 그만둘까 하는데 나를 보고 새로운 용기가 나서 시작한다' 이런 분들이 너무 많더라고요. 그래서 '이건 내 뜻이 아니고 하느님이 나한테 저런 분들한테 용기를 줄 수 있는 중간 도구로 쓰시려나 보다'하는 그런 마음이 들더라고요.
'정애쿠키'의 메뉴는 쿠키 세 종류와 직접 내리는 드립커피입니다.
이정애 할머니는 손수 쿠키를 만들고 커피를 내리며, 주문과 계산도 수기로 작성합니다.
느리지만 여유가 있는 '정애커피'는 SNS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석민정 디에고 / 전북 완주·이탈리아 파도바>
"어르신이 오랫동안 쿠키숍 하신다 그래 가지고 궁금해서 왔습니다. (감사합니다) 전 이렇게 오래 영업하신 분들 궁금하거든요."
이정애 할머니는 30여년 전 만성 골수성 백혈병을 진단받았습니다.
불편한 무릎과 팔, 쿠키를 만들며 생긴 거북목증후군까지 몸이 성한 곳이 없지만, 이정애 할머니는 '재능이 있다면 다 나누고 떠날 수 있게 해달라'고 기도합니다.
<이정애 체칠리아 / 정애쿠키·연희동본당>
"내가 할 수 있는 거는 모든 걸 다 하고 나서 정말 도구로 쓰시든지, 나한테 주신 재능이 있으면 그 재능을 다 여러 사람한테 나눠주고 갈 수 있게끔 그런 기도를 잘해요. 저는.
건강이 허락하는 한 '정애쿠키'를 계속 운영하고 싶다는 이정애 할머니.
내년 1월 다른 곳으로 가게를 옮겨야 하지만, 그럼에도 손님들이 '정애쿠키'를 기억하고 찾아와주길 바랐습니다.
<이정애 체칠리아 / 정애쿠키·연희동본당>
"여태까지 우리 가게를 사랑하고 좋아해서 찾아왔던 분들이 그 마음 그대로 '장소를 옮겨도 나는 그래도 정애쿠키는 꼭 간다'하는 이런 마음으로 찾아주셨으면 좋겠어요."
CPBC 송창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