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청년대회(World Youth Day) 상징물인 ‘WYD 십자가와 성모 성화’가 2008년 시드니 세계청년대회 이후 17년 만에 다시 호주 가톨릭교회를 찾았다. 상징물은 11월 30일~12월 2일 멜버른에서 열린 호주청년대회(ACYF) 에 맞춰 약 6000명의 청년들과 함께했다. 이후 상징물은 3~4일 시드니대교구 순례를 마치고 한국에 다시 당도했다.
멜버른대교구장 피터 앤드루 코멘솔리 대주교가 11월 30일 세인트 패트릭 대성당 앞에서 청년들과 함께 WYD 십자가와 성모 성화를 맞이하고 있다. ACYF/멜버른대교구 제공
멜버른에서 개최된 호주청년대회(ACYF)에 참가한 청년들이 11월 30일 WYD 십자가와 성모 성화를 들고 도보 순례를 하고 있다. ACYF/멜버른대교구 제공
멜버른대교구, 박수·환호로 환영
첫날인 11월 30일 수천 명의 호주 젊은이들이 멜버른대교구 주교좌 세인트 패트릭 대성당에 모여 WYD 십자가와 성모 성화를 맞았다. 2027 서울 세계청년대회 개최를 알리고자 ‘WYD 십자가와 성모 성화’가 호주에 다다른 것이다. 성당 안팎을 메운 청년들은 박수와 환호로 상징물을 환영했다. 한국 순례단 청년 봉사자 두 명이 한복을 입고 성모 성화를 봉헌해 더욱 눈길을 끌었다.
이후 젊은이들은 세인트 패트릭 대성당에서 ACYF가 열린 멜버른컨벤션센터까지 약 5㎞ 구간을 도보로 순례했다. 순례 중 이들은 함께 기도하고 떼제 성가를 부르며 예수님과 성모님이 도착했음을 알렸다. 차량들은 이들이 도로를 건널 때마다 기다려줬고, 거리의 신자들은 묵주를 흔들며 순례 행렬을 응원했다.
호주 청년 알리시아씨는 “서로 다른 본당에서 온 친구들과 만나 신앙의 기쁨을 나눌 수 있어 뜻깊다”며 “이 경험이 교회 안에서 성장하고, 다음 세대를 이끌 힘이 됨을 느꼈다”고 했다. 다른 참가자 클레어씨는 “호주의 많은 청년이 신앙 안에 반쯤은 들어와 있고, 반쯤은 발을 떼고 있는, 이른바 미지근한 상태에 머물러 있다고 느낀다”며 “이번 행사와 순례는 가톨릭 젊은이들의 신앙 불씨를 새로 지피고,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계기가 되는 것 같다”고 기뻐했다.
멜버른대교구장 피터 앤드루 코멘솔리 대주교는 센터에서 열린 개막식에서 “젊은이들이 자신들을 창조하고 구원하신 하느님을 향해 나아가는 신앙 여정을 걷고 있음에 무척 반갑다”며 “오늘의 순례는 교회 미래를 보여주는 표징”이라고 말했다.
레오 14세 교황도 영상 메시지를 보내와 “오늘날 세상 속에서 그리스도의 제자로서 담대하게 걸어가라”며 “기술은 우리를 연결해줄 수 있지만, 동시에 우리를 고립시킬 수도 있다”면서 기도와 성사를 통해 하느님께 뿌리를 둘 것을 당부했다.
시드니대교구 세인트 메리 대성당에서 12월 4일 신자들이 WYD 십자가와 성모 성화 앞에 무릎을 꿇고 기도하고 있다.
2008 시드니 WYD로 청년 사목 성장
12월 3일 ‘WYD 십자가와 성모 성화’는 시드니로 옮겨졌다. 이날 저녁에는 2007~2008년 시드니 세계청년대회를 앞두고 약 1년간 호주 전역에서 WYD 상징물 순례를 이끌었던 크리스 라이언 신부가 사목 중인 세인트 데클란 성당에서 미사가 봉헌됐다. 미사에 앞서 본당 신자들이 상징물을 들고 기퍼트 공원에서 세인트 데클란 성당까지 순례했다. 청년들은 십자가를 어깨에 메고, 신자들은 묵주기도를 바치며 성모송을 노래했다.
이튿날인 4일에는 시드니대교구 주교좌 세인트 메리 대성당에서 두 차례 미사가 봉헌됐다. 가톨릭계 학교 학생 1000여 명이 오전 미사에 참여해 WYD 상징물을 성당 안으로 모시고, 차례로 십자가에 손을 얹고 기도했다. 또 한국 순례단에 관심과 함께 2027 서울 WYD를 향한 기대를 보였다. 저녁에는 2008 시드니 WYD 총괄 코디네이터로 활약한 현 시드니대교구장 앤서니 피셔 대주교 주례 미사가 거행돼 신자 500여 명이 참여했다. 시드니 WYD 당시 봉사자로 활동한 이들도 함께했다.
피셔 대주교는 ‘WYD 십자가와 성모 성화’에 분향한 뒤 “2008년 수많은 젊은이가 시드니 거리를 신앙과 기쁨으로 가득 채웠다”며 “도시 역사상 가장 거룩하고 기쁜 한 주였다”고 회상했다. 이어 “그 경험을 통해 청년 사목과 청년 리더십이 크게 성장했다”며 WYD가 남긴 유산을 강조했다. 피셔 대주교는 삶의 토대를 ‘모래 같은 세상 가치’가 아닌, 그리스도라는 ‘영원한 바위’ 위에 세울 것을 당부했다.
크리스 라이언 신부는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이 이 상징들을 젊은이들에게 맡기셨듯이 교회 또한 여러분을 믿는다”며 “예수님의 십자가를 기꺼이 짊어지는 그분의 선교사가 돼달라”고 당부했다.
한국순례단, 친교의 힘 체험
한국 순례단을 이끈 정성윤(2027 서울 WYD 조직위원회 사목사무국 차장) 신부와 한국 청년 봉사자들도 제대에 올라 2027 서울 WYD로 젊은이들을 초대했다. 정 신부는 “호주는 2008년 시드니 WYD를 통해 젊은이들의 열정과 교회 안에서의 친교가 얼마나 강력한지 보여줬다”며 “그때의 기쁨을 서울에서 여러분과 다시 나누고 싶다”고 말했다.
한국 순례단 청년들도 WYD 상징물 의미를 되새겼다. 박다인(가타리나, 서울 WYD 지역조직위원회 법무지원팀)씨는 “WYD 상징물 순례 여정을 통해 우리의 짐을 대신 지시는 그리스도가 늘 곁에 계심을 느꼈다”며 “2027 서울 WYD가 힘든 이들에게 큰 위로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송승희(체칠리아, 통번역팀)씨도 “순례 곳곳에서 주님의 다양한 얼굴을 만났다”며 “작은 순간에도 하느님 사랑이 깃들어있음을 깨달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