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레이시아 페낭에서 11월 27일부터 30일까지 열린 제2차 아시아 선교대회는 결코 형식적인 모임이 아니었다. ‘희망의 대순례(The Great Pilgrimage of Hope)’를 주제로 열린 이번 대회에는 아시아 28개국에서 약 900명의 대표가 참가해, 아시아 대륙 안에서 교회의 선교 접근 방식에 근본적인 전환이 필요하다는 강력한 요구를 함께 드러냈다.
모든 회의를 관통하는 메시지는 분명했다. 아시아에서 예수님을 선포하기에 앞서 먼저 그분을 인격적으로 만나야 하고, 성령 안에서 함께 걸어가야 하며, 새로워진 마음으로 파견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전환은 2006년 태국 치앙마이에서 열린 제1차 선교대회와 비교할 때 깊은 진전을 보여준다. 당시에는 예수님의 이야기를 ‘전하는 것’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반면 이번 페낭 대회는 그보다 더 본질적인 영적 차원을 강조했다. 곧, 제자가 예수님에 대해 ‘말하기’ 전에 먼저 예수님을 ‘인격적으로 알아야’ 한다는 점이다.
이번 모임은 단지 기록 보관소에 꽂아둘 하나의 행사가 아니었다. 아시아 여러 교회에 맡겨진 하나의 불꽃이었고, 우리를 회개와 쇄신 그리고 선교를 향한 헌신으로 초대하는 불씨였다.
아시아의 다양성은 참으로 아름답다. 그러나 그 아름다움은 이 대륙이 안고 있는 깊은 사회적 상처를 솔직히 마주하는 일과 함께 놓여 있었다. 참가자들은 오늘 아시아 사회를 병들게 하는 공통의 병증들을 지적했다. 경제적 압박, 사회적 분열, 외로움의 위기, 디지털 중독, 그리고 청년들 사이에서 심화되는 신앙 위기가 그것이다.
베트남 출신 주교인 나 역시 이 상처들을 아주 잘 알고 있다. 베트남 또한 이와 비슷한 어려움에 직면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러한 도전들 한가운데에서도, 이번 대회는 그리스도께서 계속 함께 계시다는 것을 확인했다. 미얀마의 찰스 보 추기경은 이렇게 강조했다. 오늘 예수님께서 아시아에 계신다면, 그분은 노동자, 이주민, 학생, 노점상 사이를 걸어 다니실 것이라고. 그리고 언제나 억압받고 잊힌 이들 편에 서 계실 것이라고.
이러한 그리스도 중심의 현실 인식은 우리가 선교를 이해하는 데 분명한 틀을 제공해 주었다. 선교는 예수님께서 계신 자리 곧 변두리에서 시작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번 대회에서 가장 감동적인 부분은, 가장 심각한 위기는 ‘잊힌 사람’이라는 아주 단순하지만 깊은 깨달음이었다. 곧, 물질적으로만이 아니라, “아무도 그들을 보지 않고, 아무도 그들을 돌보지 않기 때문에” 가난한 이들의 비극이라는 것이다.
우리는 선교가 곁에 머물러주는 존재 그리고 기꺼이 귀 기울여 듣는 태도에서 출발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를 잘 드러내 주는 두 가지 증언이 있었다.
한 미얀마 청년 난민은 눈물을 흘리며 이렇게 고백했다. “제 친구들은 이 세상에 하느님이 계실 자리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말레이시아의 가톨릭신자들이 난민 캠프를 찾아와 제 이야기를 들어주었을 때, 예수님께서 직접 저를 찾아오신 것 같았습니다.”
말레이시아에서 하루 12시간씩 일하는 필리핀 노동자는 자신을 “보이지 않는 숫자”처럼 느꼈다고 말했다. 그런데 어느 날 한 본당 신부님과 신자들이 그의 기숙사를 찾아왔을 때, 그는 “하느님께서 아직도 나를 기억하고 계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라고 말했다.
이러한 목소리는 아시아에서 선교의 핵심이 무엇인지 잘 보여준다. 요란하거나 공격적이지 않고, 부드럽고, 존중하며, 관계에 뿌리를 두는 것이다.
말레이시아 쿠칭대교구장 포 대주교는 “복음을 사랑과 현존을 통해 속삭이십시오(whisper the Gospel through love and presence)”라고 조언했다. 불안한 사회 속에서 선교의 첫 행위는 때로 미소 하나, 용서의 한마디 그리고 평화로운 마음일 수 있다.
대회는 선교가 어떤 소수의 특권층에게만 맡겨진 일이 아니라, 세례받은 모든 이의 소명이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확인해 주었다. 그 기초는 분명하다. ‘가서 모든 민족들을 제자로 삼으라’는 지상 명령 그리고 ‘하느님 사랑과 이웃 사랑’이라는 가장 큰 계명이다.
또한 대회는 고립된 신앙의 위험성을 강하게 지적했다. ‘함께 걷는 여정’ 곧 시노달리타스(synodality)는 분열을 치유하는 약이라는 것이다. 우리는 혼자서 선교할 수 없고, 외로운 영웅이 되려 하는 것 자체가 위험하다고 강조했다.
페낭에서 돌아오는 길에 나는, 이번 대회가 서류철에 꽂아둘 하나의 행사가 아니라는 사실을 다시 확인했다. 그것은 우리 손에 맡겨진 하나의 불꽃이다.
우리가 이 불꽃을 돌보고 키우지 않는다면, 그것은 서서히 꺼질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성령의 불꽃이 모든 가정과 모든 공동체의 마음을 밝히도록 허락한다면, 지역 교회는 아시아 전체를 위한 겸손하지만 빛나는 희망의 증인이 될 것이다.
“주 예수님, 우리의 마음에 불을 지펴 주시고, 우리를 ‘희망의 제자들’로 파견해 주소서.”
글 _ 도만흥 주교
도만흥 주교는 베트남 판티엣교구장으로 베트남주교회의 사무총장을 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