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생의 말기 돌봄을 둘러싼 논의가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이러한 논의는 특별히 두 개의 법률안과 관련이 되는데, 첫 번째는 22대 국회에서 안규백 의원이 연명의료결정법의 일부개정안으로 대표 발의했다가 지난 7월 5일 단독 법안으로 다시 발의한 ‘조력존엄사에 관한 법률안’(제2201412호)이고 다른 하나는 2024년 6월 26일 남인순 의원에 의해 대표 발의된 ‘연명의료결정법 일부 개정안’(제2201001호)이다.
안규백 의원의 법률안은 의사의 도움을 받아 환자가 자살할 수 있게 하는 ‘의사조력자살’을 법제화하려는 법안으로서, 2022년 발의된 이후 한국 사회에 의사조력자살을 둘러싼 많은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의사조력자살 혹은 안락사의 법제화를 주제로 여러 설문 조사가 이루어졌고, 이 제도를 적극적으로 도입하려는 법률 단체도 등장했다. 물론 지금도 여전히 의료계와 종교계 등에서 이 문제를 둘러싼 논의는 계속 진행 중이다.
남인순 의원의 법률안은 현행 연명의료결정법이 규정하고 있던 연명의료 중단 등의 이행 시기를 임종 과정에서 말기로 확대하려는 법안이다. 그렇게 되면, 사망에 임박하기 전 그러니까 환자의 여명이 수개월이 남은 말기에도 환자 본인의 의사에 따라 연명의료를 중단할 수 있게 된다. 연명의료 중단의 이행 시기를 말기로 확대하는 문제는 특별히 의료계를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의사조력자살’은 환자가 고통을 피하기 위해서 자신의 죽음을 의도적으로 초래하는 행위로써 일종의 안락사라고 할 수 있으며, 침해할 수 없는 인간 생명의 가치와 존엄성을 부정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남인순 의원의 법률안은 직접적으로 안락사를 언급하지는 않지만, 연명의료 중단 시기의 말기 확대는 환자의 의사에 따라서 아직 수개월 혹은 그 이상을 살 수 있는 환자에게 필요한 치료를 중단함으로써 결과적으로 안락사를 초래할 수 있다는 위험성을 지닌다.
그리고 두 법안 모두 소위 ‘자기결정권’의 보장을 중요한 동기로 제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 위험성은 더 크다.
안규백 의원의 법률안에 등장하는 ‘존엄사(Death with Dignity)’라는 용어는 이미 미국의 오리건주에서 의사조력자살을 법제화하는 법률에 사용된 명칭이다. 이 법률에서 말하는 존엄한 방식의 죽음은 다른 것이 아니라, 자신의 죽음의 때와 장소, 방법을 스스로 결정하는 것이다. 즉 죽음의 존엄성은 그저 스스로 그 죽음을 선택했느냐에 달렸다는 주장이다. 그렇다면, 질병의 고통과 싸우면서 자신에게 주어진 삶을 마지막까지 살아내는 수많은 사람의 죽음은 어떻게 이야기해야 할까?
요즘 한층 더 우려를 자아내는 것은 생애 말기 의료비용에 대한 논의다. 최근 한국은행과 국민건강보험공단이 공동으로 주최한 심포지엄에서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치료가 불가능한 생애 말기 환자의 임종 전 의료비가 막대하게 들어간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러한 논의가 환자에게 무익한 의료 행위를 하지 않고 적절한 돌봄으로 이어지면 좋겠지만, 경제적 가치가 우선시될 경우 인간 생명의 가치는 쉽게 상대화되고, 사람들은 안락사나 의사조력자살을 생애 말기 비용 문제에 대한 손쉬운 해결책으로 생각하게 될 것이다.
법률은 인간의 기본적인 권리와 공동선을 보장하기 위해 존재한다. 기본권 중의 기본권인 생명권을 상대화시키고, 가장 근본적인 공동선인 생명의 가치를 훼손하는 법률은 법으로서의 정당성을 주장할 수 없다. 그리스도인들은 이와 같은 법률이 제정되지 않도록 노력할 엄중한 의무가 있다.

글 _ 박은호 그레고리오 신부(서울대교구, 가톨릭대학교 생명대학원 교수)
2006년 사제품을 받았고, 로마 성심가톨릭대학교에서 생명윤리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가톨릭생명윤리연구소 소장, 서울대교구 가톨릭생명윤리자문위원회 위원 등을 역임했으며, 현재 가톨릭대학교 생명대학원 교육전담 초빙교수로 재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