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를 시작하는 1월 1일은 온 세상에 그리스도의 평화가 임하기를 기원하는 세계 평화의 날이다. 오늘날 세계는 마치 끝이 없는 듯한 분쟁과 갈등으로 점철돼 있다. 부활하신 주님께서 건네신 “평화가 여러분과 함께”라는 인사는 갈라진 세상에 다시금 그리스도의 참된 평화가 회복되기를 바라시는 주님의 간절한 기원이자, 고통받는 이들에 대한 격려다.
레오 14세 교황은 1월 1일 발표한 세계 평화의 날 담화에서 이렇게 묻는다. 참된 평화는 무기의 균형이 아니라 신뢰와 대화, 그리고 생명에 대한 존중에서 시작된다는 진실을 우리는 잊고 있지 않은가? 불행하게도 오늘날 세상 곳곳에서는 분쟁과 전쟁의 참상이 펼쳐지고, 군비 증강은 마치 불가피한 선택처럼 합리화되고 있다. 평화는 단지 이상이거나 비현실적인 망상으로 치부된다. 그러나 우리가 “그 칼을 칼집에 꽂아라” 하신 주님의 말씀을 따르기 시작한다면, 평화는 허황한 이상이 아니라 미래의 희망으로 구체화될 것이다.
여전히 분단의 비극적 현실 속에서 살아가는 우리나라 역시 마찬가지다. 한반도의 평화는 여전히 가시밭길이며, 긴장과 서로에 대한 불신은 깊어만 가고 있다. 군사적 대응과 안보 논리가 대화를 압도하면서 평화는 더욱 멀어 보인다.
하지만 교황이 분명히 말하듯, 평화는 목표 이전에 이미 주어진 실재이며 우리가 걸어가야 할 여정이다. 말과 생각에서부터 무장을 해제하고, 상대를 적이 아닌 대화의 상대로 바라보는 시선의 전환이 필요하다. 담화가 강조하듯, 평화를 전하려면 우리 안에 먼저 평화가 불타올라야 한다. 올 한 해, “평화가 여러분과 우리 모두와 함께” 하기를 간절히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