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2월 2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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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모에 목숨을 거는 아이와 속 타는 부모

[월간 꿈CUM]꿈CUM 가정_ 오늘 당신의 자녀와 안녕한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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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월간 꿈CUM


버스에서 내리려는데 눈에 확 띄는 문구가 있었습니다. 마치 제 옷자락을 붙잡고 놔주지 않을 것 같은 강렬함이었습니다.

“다른 사람이 되지 마세요. 

 최선의 당신이 되세요.” - 솔직하게 아름다워지다.

정신 차리고 보니 피부, 성형외과의 홍보 문구였는데, 저에겐 아주 큰 메시지로 다가왔습니다. 그 한마디에 왜 제 머릿속에서 지진이 났는지, 그 한 마디가 왜 그렇게 가슴에 훅 들어왔는지 생각의 꼬리를 물고 들어가 봤습니다.
먼저 떠올랐던 건 바로 딸의 이슈였습니다.

늘 작은 키에 외모 콤플렉스가 강했던지라 중학교 1학년 때부터 앞트임과 쌍꺼풀 수술을 해 달라고 어찌나 조르던지, 그 문제로 아이와 엄청나게 갈등을 겪었지요.

아이 이야기를 들어주다 보면, 말 그대로 앞트임과 쌍꺼풀 수술이 다가 아닙니다. 어찌나 얼굴 성형에 대해 알아본 게 많은지, 사진 찍을 때 턱 끝이 살짝 갸름해 보이기 위해서는 필러를 한 방울 넣어야 한다는 둥, 미소가 아름다운 얼굴이 되려면 입꼬리가 살짝 올라가도록 역시 필러로 양쪽에 살짝만 잡아주면 된다는 둥 끝없는 이야기들이 줄줄 이어졌습니다.

“네 얼굴이 정말 그 정도면 나 같은 사람은 나가 죽어야겠다!”

지금껏 고이 잘 키워놨더니 제 얼굴이 무슨 하자투성이나 되는 듯 쓰레기 취급을 해가며 온 얼굴을 뜯어고쳐야 할 것처럼 말하는데 생각할수록 기가 차고 분이 가라앉지 않는 겁니다. 그런데 아이가 자기 성을 못 이겨 혼자 내지르는 말에 이번엔 뒷목을 잡을 뻔했지요.

“나는 왜 좋은 건 안 닮고 안 좋은 것만 닮았냐고. 아빠를 닮았으면 쌍꺼풀도 진하고, 아빠는 눈에 앞트임도 있는데 나는 앞트임이 없어서 미간이 넓고 쌍꺼풀도 반만 있잖아. 아빠는 입술에 주름이 하나도 없이 도톰해서 저런 입술은 뭘 발라도 섹시하고 예쁜데 나는 엄마 닮아서 펭귄 입술처럼 작고 사람이 옹졸해 보인다고!”

‘뭐! 옹졸?’

사람이 머리끄덩이를 잡는 이유가 이래선가 싶을 만큼 순간적으로 이성의 끈을 놓을 뻔했지요. 

날마다 스마트폰을 손에서 내려놓지 않는 아이들. 게다가 방학이 되면 새벽까지 핸드폰 세상에서 나오지를 않는 아이들. 너도, 나도 숏폼 세상에서 주인공이 되기도 하고 출연자가 되기도 하고 들어오면 열혈 시청자로 사는 요즘 아이들. 겨울방학 내내 자녀와 이런 문제로 갈등도 깊어질 것 같아 같은 양육자로 공감도 되고 걱정도 됩니다. 또 숏폼에 올리는 앱 카메라는 기본적으로 얼굴 보정이 되는데 A.I 카메라 앱이 만들어준 그 얼굴에 만족하지 못하고 점점 그 얼굴이 현실의 얼굴이 되어야 한다고 믿는 사춘기 여자아이들이 있다면, 부모님은 그 속이 얼마나 타들어 갈까요.

요즘도 학원 셔틀버스를 기다리며 학교 체육복 바지에 백팩 둘러메고, 멋이라곤 전혀 부리지 않은 부스스한 머리를 하고 서 있는 아이를 보면, 그 모습이 얼마나 예쁜지요. 당장의 욕망과 선망하는 것들을 참고 조금 뒤로 미룰 수 있는 만족 지연 능력, 그 힘이 조금이라도 있는 아이가 우리 집 아이라면 충분히 애정을 표현해주시지요.

반대로 저처럼 요란하고 유별한 아이가 우리 아이라면, 여기 충분히 그 심정 아는 엄마가 있다고 공감해 드립니다. 오늘도 평안하시길 빕니다.  



글 _ 최진희 (안나, 서울대교구 문래동본당)
국문학을 전공하고 방송 구성작가로 10여 년을 일했다. 어느 날 엄마가 되었고 아이와 함께 가는 길을 찾아 나서다 책놀이 선생님, 독서지도 선생님이 되었다. 동화구연을 배웠고, 2011년 색동회 대한민국 어머니동화구연대회에서 대상(여성가족부 장관상)을 수상했다. 휴(休)그림책센터 대표이며,  「하루 10분 그림책 질문의 기적」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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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5-1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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