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2월 2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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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소 때문에

[월간 꿈CUM]꿈CUM 수도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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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월간 꿈CUM


우리 수도원 신학생이 시험을 보고 돌아와 울상이다.

벼락치기로 시험 준비를 했는데, 미처 읽어보지 못한 대목에서 문제가 나와 제대로 답을 쓰지 못했단다. 우리는 시험 준비를 여유 있게 하지 않고 벼락치기로 하느라 그렇게 되었다며 훈계를 하는데 갑자기 나도 똑같은 일을 당한 적이 있어서 그렇게 말할 자격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수원가톨릭대학교에서 학부 4년을 마쳤는데, 기말고사 시험 기간 중에 미리 공부하지 못한 과목을 시험에 임박해서야 몰아서 공부한 적이 있었다.

방에서 공부를 하다가 집중이 되지 않아 야외에서 공부를 하기로 마음먹고 야산에 풀어놓은 염소 옆에서 강의록을 읽기 시작하였다.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공부를 하니, 집중이 잘 되었다. 염소들은 공부하고 있는 내 곁에서 한가로

이 풀을 뜯고 있었다. 그렇게 좋은 환경에서 책을 읽고 있는데, 수도원 거실에있는 전화벨이 요란하게 울렸다.

나는 강의록을 놔두고 얼른 달려가 전화를 받았다. 한참 전화 통화를 하고 나서 다시 공부하던 장소로 돌아온 나는 화들짝 놀랐다. 
염소들이 내가 보고 있던 강의록을 뜯어먹고 있었다! 

얼른 염소들을 쫓아내고 강의록을 집어 들었다. 다행히 모조리 먹어 치우지는 않아서, 뒷부분만 뜯겨나갔다. 짜증이 났지만 어쩔 수 없는 노릇이었다.

그렇게 찢겨져 나간 부분을 빼고는 강의록을 모두 읽고 다음 날 시험을 보러 갔다. 교수님께서 세 문제를 내셨는데, 하필 마지막 문제가 염소들이 먹어 치운 부분에서 나왔다. 내용을 읽어보지 못했으니 대충 답안지를 작성할 수밖에 없었다.
울상이 되어 수도원으로 돌아온 나는 염소들에게 화풀이를 하였다. 애꿎은 염소들을 회초리로 응징하였다. 그 모습을 본 원장 신부님이 왜 염소를 때리느냐고 물으시기에 자초지종을 말씀드렸더니, 시험공부 미리 안 한 내 잘못을 염소들에게 뒤집어씌운다며 나를 혼내셨다. 이래저래 일진이 매우 안 좋은 날이었다. 무엇이든 미리미리 준비하는 습관을 들여야겠다.  


글 _ 안성철 신부 (마조리노, 성 바오로 수도회) 
1991년 성 바오로 수도회에 입회, 1999년 서울가톨릭대학교 대학원에서 선교신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2001년 사제서품 후 유학, 2004년 뉴욕대학교 홍보전문가 과정을 수료했으며 이후 성 바오로 수도회 홍보팀 팀장, 성 바오로 수도회 관구장 등을 역임했다. 저서로 「신부생활」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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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5-1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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