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티칸 CNS] 레오 14세 교황은 12월 24일 밤 성 베드로 대성당에서 거행한 주님 성탄 대축일 밤 미사 강론에서 “가난한 이와 어린이, 이방인을 위한 자리가 없는 세상에는 하느님께서도 함께하실 수 없다”며, 인간을 위한 공간이 있는 곳에 하느님께서도 계신다고 강조했다.
교황은 왜곡된 경제 구조가 인간을 상품처럼 다루고, 인간이 신이 되려 하며 타인을 지배하려 할 때, 하느님께서는 오히려 인간이 되셔서 모든 억압과 속박에서 우리를 해방시키려 하셨다고 말했다. 이어 “하느님의 전능은 갓난아기의 무력함 속에 드러난다”며, “그 빛을 통해 우리는 새로운 생명 속에서 인간의 존엄을 인식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미사에 앞서 교황은 추운 빗속에도 성 베드로 광장에 운집한 5000여 명의 신자들에게 모습을 드러내 영어로 “좋은 저녁입니다. 환영합니다”라고 인사했다. 이어 “예수 그리스도께서 우리에게 평화와 하느님의 사랑을 가져오신다”고 전하며, 아기 예수상을 품에 안고 성당 안으로 입장했다.
성탄 선포 ‘칼렌다(Kalenda)’가 낭독되고, 성가가 울려 퍼지는 가운데 교황은 아기 예수상이 덮인 천을 걷고 입맞춤한 뒤 향으로 축복했다. 성당 종소리가 예수 탄생을 알리자, 세계 각국의 어린이들이 구유에 흰 꽃을 헌화했다.
교황은 강론에서 “오랜 세월 인류는 하늘에서 진리를 찾으려 했지만, 구세주는 낮은 곳에 오셨다”며 “위가 아니라 아래를 봐야 구세주를 만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베네딕토 16세 교황이 2012년 성탄 전야 미사에서 했던 말을 인용해 “타인을 위한 자리가 없다면, 하느님께서도 계실 수 없다”고 재차 강조했다.
교황은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주신 것은 모든 문제를 해결할 해답이 아니라, 우리를 끌어당기는 사랑 이야기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 사랑이 과연 우리의 역사를 바꿀 수 있을까?”라고 되묻고, “죽음의 밤에서 깨어나 새로운 생명의 빛을 마주할 때, 목자들처럼 아기 예수를 응시할 때 그 답이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교황은 정확히 1년 전 프란치스코 교황이 ‘희망의 희년’을 성탄 전야에 개막했던 사실을 상기시키며, “이제 희년이 막바지에 이른 지금, 성탄은 우리가 받은 은총에 감사하고, 이를 세상 앞에 증언할 사명의 시간”이라고 밝혔다.
끝으로 그는 “성탄은 믿음과 사랑, 희망의 축제”라며 “이 덕을 품고 밤을 두려워하지 말고 새로운 날의 새벽을 향해 나아가자. 평화의 메신저가 되자”고 당부했다. 미사 후 교황은 구유 경당으로 이동해 말구유에 아기 예수상을 안치하고, 신자들에게 강복을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