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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성회와 활어회

[월간 꿈CUM] 꿈CUM 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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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월간 꿈CUM


생선회를 좋아하고 즐겨 먹는 사람들이 가장 궁금해 하는 것이 숙성회와 활어회의 차이점이 아닐까 한다. 활어회는 말 그대로 살아있는 생선을 바로 손질하여 먹는 방법이고, 숙성회는 생선을 손질하여 일정 시간 냉장보관하여 먹는 것이다. 그럼 이 두 가지 방법으로 섭취할 때 미각에서는 어떤 식감이나 맛이 다를까? 오늘은 이것에 대하여 설명하고자 한다.

생선, 소, 돼지, 양 등 사람이 섭취하는 동물들은 도살할 때 사후 경직 상태가 된다. 이는 생선도 마찬가지다. 이 상태에서 섭취할 때에는 식감이 질겨 다소 먹기가 불편하게 된다.

이 상태에서 섭취하는 것이 활어회이다. 그런데 우리나라 사람들은 대체로이 활어회를 선호한다. 그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그 중에서도 삼면이 바다인 관계로 예로부터 활생선의 수급이 잘 된 것이 가장 큰 이유인 것 같다. 바로 잡은 생선을 손질한 횟감은 싱싱하지만 질긴 식감이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그래서 쌈채소와 마늘, 고추, 된장, 고추장 등과 함께 회를 싸서 먹는데, 횟감이 단지 싱싱하다는 생각에 회맛은 모르고 쌈맛으로 먹는다고나 할까? 그런데도 우리는 바다 혹은 수족관에서 살아있던 생선을 바로 잡아 섭취한다는 기분 좋은 싱싱함을 좋아하는 것 같다. 그러나 생선의 본연의 맛을 즐겨 보려 한다면 숙성회가 제맛이다. 숙성을 잘 시킨 생선회 맛을 보면 쌈채소에 싸먹는 활어회 맛보다 훨씬 단맛을 느낄 수 있다. 

그래서 고급 일식집이나 초밥집에서는 쌈채소를 손님에게 제공하지 않는다. 생선회의 본연의 맛을 손님들에게 즐기게 하기 위함이다. 잘 지은 밥에 자기만의 초대리(배합초)를 섞어 적당한 밥 온도를 유지하고 그 위에 잘 숙성된 생선을 올려 먹는 생선회, 초밥 맛이 최상의 맛이기 때문이다. 제대로 된 숙성회 맛을 봤다면 장담하건대 쌈에 싸서 먹는 활어회 맛은 다소 멀리하게 된다.

요즈음은 숙성회의 본연의 맛을 낼 수 있는 우리나라 일식 조리사는 솔직히 흔치 않다. 나는 평생 바다 생선과 민물 생선을 만지는 것을 업으로 삼았다. 그런 나에게도 ‘숙성’이라는 단어는 평생 화두이다. 숙성회 맛을 잘 낼 수 있기 위해 나는 지금도 늘 고민한다. 숙성이라는 단어는 단지 회에만 해당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나는 오늘도 기도한다.

주님! 이 야고보의 마음을 그저 온전하게 받아 주소서!부패된 마음이 아닌 숙성된 마음으로 당신을 따르게 하소서.우리 주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기도드리나이다. 아멘!  

글 _ 임병진 (야고보, 일식셰프)
서울 청량리에서 태어나 경동고를 졸업하고 20살부터 일본에 건너가 조리(일식)를 하였으며 국내에 들어와 유명 호텔조리부에서 일식(초밥) 책임자로 일했다. 이후 서울 강남에서 일식집을 운영하다 몇 년 전부터 본인 이름을 건 ‘임병진 단스시’를 김포 등지에 열었으며, 현재는 수원시 송죽동에서 같은 이름으로 작은 초밥집을 운영하고 있다. 가끔 시간이 나면 조리컨설팅을 하면서 지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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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5-1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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