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월간 꿈CUM
어느 재소자 여인이 자신을 이렇게 소개했습니다.
‘죄 백과사전’이라고. 그동안 살아오면서 짓지 않은 죄가 없으니 ‘죄 백과사전’이 틀림없다고.
열여덟 살에 사회 첫발을 내디딘 후 카바레, 나이트클럽, 음식점 등을 전전하며 30년을 보냈으며 동거했던 남편만도 다섯이나 되었으니, 자신의 생애가 얼마나 파란만장했겠느냐고.
그러나 이제는 세례를 받고 하느님 자녀로서 새로운 삶을 살고 있다면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주님, 그동안 온갖 욕설과 저주와 악담으로 더러웠던 이 입으로 감히 주님을 찬미하렵니다.”
그러고는 바흐의 무반주 첼로 조곡처럼 낮고 두터운 알토로, 그러나 아주 부드러운 목소리로 성가를 아름답게 부르는 것이었습니다. 성가를 부르는 그녀의 모습은 마치 악취 나는 연못에서 이제 막 피어오르는 연꽃과 같았습니다.
죄를 지은 한 인간이 회개하고 하느님께 돌아서서 그리스도의 사랑으로 다시 태어나는 모습은 정말 아름다웠습니다.
하느님 모상대로 창조된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온 것이지요.
하느님은, 죄의 무게나 세월이 어떠했던지를 문제 삼지 않으시고 여인의 진정한 참회만을 검증하시고는 그 영혼을 새 이스라엘로 받아들이시고 구원해 주셨습니다.
우리들의 모습은 어떠할까요.
그렇게 큰 죄는 짓지 않는다며 방심하고 살다가, 오히려 죄 불감증에 걸린 중환자임에도 감각이 없이 살아가는 것은 아닐까요.
깨끗한 척, 거룩한 척, 열심한 척, 희생하는 척, 봉사하는 척, 척, 척….
시간이 생각보다는 그리 많이 남지 않았을지도 모릅니다. 불감증에 절여진 내 영혼을 꼬집어 깨우고 성령표 좋은 기도 확대경으로 깃털같이 작은 죄들 들취내어, ‘온갖 척!’으로 쌓인 위선의 탑을 무너뜨리고 싶습니다.
그러기 위하여, 주님! 당신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꼬옥 부탁드립니다.
글 _ 곽외심 (글라라, 수원교구 분당성요한본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