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신종합] 레오 14세 교황이 즉위 후 첫 주님 성탄 대축일 ‘우르비 엣 오르비(Urbi et Orbi, 로마와 온 세계에)’ 메시지에서 전 세계에 평화를 호소하며 “주님의 탄생은 평화의 탄생”이라고 강조했다. 교황은 12월 25일 낮 로마 성 베드로 대성당 중앙 발코니에서 발표한 메시지에서 전 세계 분쟁지역을 언급하면서 고통받는 이들을 도와야 할 공동 책무를 요청했다.
교황은 “참으로 주님은 우리의 평화이시고, 하느님의 자비로운 사랑으로 미움과 적의를 이기셨기 때문에 주님께서 태어나신 것은 평화의 탄생”이라고 말했다. 이어 “예수님의 은총으로 우리는 미움과 폭력과 대립을 거부하고 대화와 평화와 화해를 실천하는 데에 각자 제 몫을 해야 하고 또 할 수 있다”며 “정의의 결과는 평화가 되고 정의의 성과는 영원히 평온과 신뢰가 되리라”(이사 32,17)는 말씀을 믿으면서 하느님께 레바논과 팔레스타인, 이스라엘과 시리아를 위한 정의와 평화와 안정을 청하자“고 요청했다.
아울러 고통받는 우크라이나 국민에 대해서도 언급하며 “무기의 굉음이 멎고, 관련 당사자들이 국제사회의 지지와 헌신에 힘입어 진실하고 직접적이며 상호 존중에 바탕을 둔 대화에 나설 용기를 찾게 되기를 기도드리자”고 호소했다.
이뿐 아니라 수단과 남수단, 말리, 부르키나파소, 콩고민주공화국, 아이티에도 모든 형태의 폭력이 멈추고 평화와 화해의 길에 진전이 이뤄지길 희망했다. “아기 예수님께서 라틴아메리카에서 정치적 책임을 지고 있는 이들에게 영감을 주시고, 그들이 이념적·당파적 편견이 아닌 공동선을 위한 대화의 자리를 마련하도록 이끌어 주시기를 바란다”는 염원도 전했다. 교황은 또한 미얀마와 태국, 캄보디아에도 희망과 평화를 빌고, 파괴적인 자연재해로 혹독한 시련을 겪는 남아시아와 오세아니아 국민들도 기억했다.
교황은 “고통받는 이들을 도와야 하는 우리의 공동 책무를 마음 깊이 확인하고 새롭게 다짐하도록 초대하고 싶다”며 “하느님께서는 우리의 고통에 무관심하지 않으시기 때문에 우리가 고통받는 이들에 대한 무관심에 지지 않도록 하자”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가자지구 주민과 예멘 국민, 이주민과 난민, 저임금 노동자와 비인간적 환경에 놓인 수감자 등의 고통도 기억할 것을 당부했다.
교황은 주님 성탄 대축일 ‘우르비 엣 오르비’ 메시지를 마무리하며 “그리스도 안에서 모든 상처는 치유되고, 모든 마음은 쉼과 평화를 찾기에 주님의 탄생은 평화의 탄생”이라고 다시금 강조했다.
한편, 교황은 12월 24일 밤 로마 성 베드로 대성당에서 봉헌된 주님 성탄 대축일 밤 미사 강론에서 베네딕토 16세 교황의 말을 인용해 “인간을 위한 자리가 없다면 이 땅에 하느님을 위한 자리도 없다”고 강조했다. 또한 “왜곡된 경제 구조가 인간을 단순한 상품처럼 취급할 때 하느님은 우리와 같은 모습이 되셔서 모든 사람의 무한한 존엄성을 드러내시고, 인간이 타인을 지배하려 신이 되려고 할 때, 하느님은 우리를 모든 형태의 노예상태에서 해방시키기 위해 인간이 되시기로 선택하셨다”고 말했다.
교황은 1년 전인 2024년 12월 24일 프란치스코 교황이 희년의 시작을 알렸던 일을 상기한 뒤 “주님의 탄생은 우리가 받은 선물에 감사하고, 세상에서 그 선물을 증명해야 할 사명의 시간이기도 하다”며 “예수님께서는 우리 안에 희망을 불어넣어 평화의 사도로 삼으시기 때문에 성탄 축제는 희망의 축제”라는 뜻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