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원 순례를 20년 가까이 이끌어온 사제를 인터뷰하고 돌아오는 길에, 머릿속에 남은 것은 특정한 답변이 아니라 하나의 감각이었다. 이 여정이 오래 지속된 이유에 대한 설명은 충분했지만, 끝내 마음에 남은 것은 ‘왜 수도원을 찾는가’라는 물음이었다. 그것은 개인의 취향이나 영적 체험의 차원을 넘어, 그리스도교 신앙이 무엇으로 이어져 왔는지를 되묻게 하는 질문이었다.
그가 이끈 수도원 순례의 방향은 일관됐다. 오랜 시간 이어졌다는 사실 자체만으로 의미인 것은 아니었다. 수도원은 무언가를 더하는 공간이 아니라, 군더더기처럼 덧붙여진 것들을 하나씩 걷어내며 본질을 드러내는 자리였다. 그래서 이 순례는 수도원을 통해 신앙의 핵심과 원천, 목표와 길을 다시 확인하려는 과정에 가까웠다.
인터뷰를 하면서 오래된 수도원이 지닌 힘을 다시 들여다보게 됐다. 완벽한 복음적 가치를 살아보고자 했던 열망에서 출발한 수도원에서, 수도자들은 넘어지고 실패하면서도 다시 일어서는 삶을 반복해 왔다. 복음적 완덕은 단번에 성취된 이상이 아니라, 인간의 나약함을 끌어안고 끝내 포기하지 않았던 선택들의 축적 속에서 형성돼 왔다. 그 시간의 두께가 수도원의 영성을 이루었다.
이렇게 볼 때 수도원 순례는 과거를 향한 향수가 아니다. 종교가 선택지처럼 소비되는 시대에, 신앙이 어디에서 시작되었는지를 다시 묻는 작업이다. 더 나은 체험을 기대하는 일이라기보다는, 신앙이 처음 어떤 삶의 형태로 뿌리내렸는지를 확인하는 일에 가깝다.
수도원을 찾는다는 것은 결국 질문을 보존하는 일이다. 교회가 끝내 놓지 않았던 그 본질을 오늘 다시 선택할 수 있는지 스스로에게 설명을 요구하는 일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