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루살렘 라틴 총대주교 피에르바티스타 피자발라 추기경이 12월 24일 베들레헴 주님 탄생 대성당에서 거행한 주님 성탄 대축일 밤 미사에서 아기 예수상을 들고 구유 예절을 하고 있다. OSV
주님의 탄생지인 베들레헴에서 2년 만에 성탄 대축일 기념행사가 열렸다. 전쟁과 갈등으로 중단됐던 평화의 축제가 휴전과 함께 다시 열린 것이다.
앞서 베들레헴에선 2023년 10월 팔레스타인 무장 단체 하마스와 이스라엘군의 무력 충돌이 시작된 이후 매년 열어오던 주님 성탄 기념 행사를 열지 않았다. 성탄 구유는 잔해와 철조망으로 둘러싸인 모습으로 제작됐고 주민들은 전쟁에 항의하는 의미로 악기를 연주하지 않은 채 침묵 속에 행진해왔다.
지난 12월 24일 휴전 후 첫 주님 성탄 대축일을 앞둔 베들레헴의 모습은 지난 2년과 달랐다. 주님 탄생 대성당 앞 광장에는 축제의 시작을 알리며 크리스마스 트리가 설치됐다. 예루살렘 라틴 총대주교 피에르바티스타 피자발라 추기경은 현지 주민들의 환영을 받으며 백파이프로 크리스마스 캐럴을 연주하는 스카우트 단원들과 함께 시내를 행진했다. 피자발라 추기경은 행진하는 중 산타클로스 복장을 한 사람과 포옹을 하며 휴전 후 맞이한 첫 주님 성탄 대축일을 함께 기뻐하기도 했다.
예루살렘 라틴 총대주교 피에르바티스타 피차발라 추기경이 12월 24일 베들레헴에서 주님 성탄 대축일을 앞두고 열린 기념 행사에 참석해 주님들과 함께 행진하고 있다. OSV
팔레스타인 신자들이 12월 24일 베들레헴 주님 탄생 대성당에서 예루살렘 라틴 총대주교 피에르바티스타 피자발라 추기경 주례로 거행된 주님 성탄 대축일 밤 미사에 참석해 기도하고 있다. OSV
축제의 대미는 이날 자정 베들레헴 주님 탄생 대성당에서 피자발라 추기경 주례로 거행된 주님 성탄 대축일 밤 미사였다. 피자발라 추기경은 미사 강론을 통해 신자들과 함께 주님의 탄생을 축하하며 전쟁의 그늘에서 벗어나 “희망을 선택하는 초대에 응하자”고 말했다.
피자발라 추기경은 “하느님께서는 세상이 정돈되고 평화로워질 때 우리를 찾아오시는 게 아니라 인간의 현실 그 자체 안으로 들어오셔서 우리와 함께하신다"며 “평화는 하느님께서 우리와 함께 계시기에 이룰 수 있는 것이며 우리가 이것을 받을 준비가 되었을 때야 비로소 얻을 수 있는 열매”라고 설명했다.
이어 피자발라 추기경은 “오늘 우리가 주님의 성탄을 축하하는 것은 세상의 문제로부터 도피하라는 의미가 아니라 평화 회복을 향한 우리의 책임감을 되새기는 시간을 가지기 위한 것”이라며 “세상의 짙은 어둠에 맞서 겸손한 행동과 화해의 말, 평화를 위한 일상의 선택을 통해 마음에서 마음으로 베들레헴의 빛을 전하면서 길을 밝혀가자”고 당부했다.
2년 만에 재개된 성탄 행사였지만 갈등의 그림자가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이날 행사는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 베들레헴 곳곳에 무장한 경찰들이 배치된 상태로 치러졌다.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베들레헴에 진입하려는 후세인 알-셰이크 팔레스타인 부통령의 차량 행렬을 이스라엘군이 막아서면서 긴장감이 높아졌다. 또 12월 21일 이스라엘 와디 니스나스에서는 이스라엘 경찰들이 소음과 공공질서 문란을 이유로 산타클로스 복장을 한 팔레스타인 주민들을 체포하는 일이 발생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