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오 14세 교황이 4일 바티칸 성 베드로 광장에서 주일 삼종기도를 주례한 후 연설하고 있다. OSV
레오 14세 교황은 미국의 베네수엘라 침공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명하고, “인권과 법치주의를 존중해야 한다”고 강하게 촉구했다.
교황은 4일 바티칸 성 베드로 광장에서 거행한 주일 삼종기도 후 연설에서 미국이 대규모 공습 후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 부부를 체포한 데 대해 “우려를 갖고 지켜보고 있다”고 밝혔다.
교황은 “베네수엘라 국민들의 안녕이 무엇보다 우선되어야 한다”며 “폭력을 극복하고 정의와 평화의 길을 추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국가의 주권은 보장되어야 하며 헌법에 명시된 법치주의를 수호하고 모든 사람의 인권과 시민권을 존중하면서 연대와 안정, 조화가 넘치는 평화로운 미래를 함께 만들어 나가야 한다”며 “어려운 경제상황으로 고통받는 가장 가난한 이들에게 특별한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당부했다.
교황은 이어 베네수엘라의 수호성인인 코로모토의 성모(Our Lady of Coromoto)와 성 호세 그레고리오 에르난데스, 성 카르멘 렌딜레스 마르티네스의 전구를 청하며 “베네수엘라 국민들을 위한 기도에 함께해달라”고 했다. 그러면서 “전쟁으로 고통받는 민족들을 위해 기도하며 연대하자”고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일 플로리다주 마라라고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연설하고 있다. OSV
베네수엘라 교회도 국민들에게 평화를 위한 기도에 동참해달라고 호소했다. 베네수엘라 주교단은 미국 공격 직후 SNS를 통해 “우리나라가 마주한 혼란을 극복할 수 있도록 지혜와 힘을 주시길 하느님께 기도드리자”며 “이번 공격으로 희생된 이들과 유가족, 부상자들에게 애도를 표하며 교회는 모든 피해자와 연대할 것”이라고 전했다. 베네수엘라 주교단은 1시간 뒤 두 번째 성명에서도 “모든 형태의 폭력을 거부하고 우리 마음과 우리 사회의 평화 회복을 위한 희망을 지향하며 더욱 열심히 기도하자”고 거듭 촉구했다.
아르헨티나와 멕시코 등 중남미 지역 교회들도 메시지를 내고 베네수엘라의 평화 회복을 위해 연대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미국은 3일 베네수엘라 카라카스를 기습해 마두로 대통령 부부를 체포, 미국으로 압송해 구금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공격 직후 베네수엘라에서 평화적 정권 이양이 가능하다고 판단할 때까지 베네수엘라 국가 운영에 미국이 관여하겠다고 밝혔다.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3일 미국 마약단속국(DEA) 뉴욕 사무실에서 구금 상태로 복도를 걸어가고 있다. OSV
국제사회도 미국의 베네수엘라 공격에 대해 국제법 위반이라고 규탄하고 나섰다. 다만 일부 국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공격에 지지 의사를 전하는 등 국제 여론이 분열 양상을 보이고 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3일 성명에서 “유엔 헌장을 비롯한 국제법을 모든 국가가 존중해야 한다는 점을 지속해서 강조해 왔다”며 “국제법을 준수하지 않은 미국의 공격을 매우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유럽연합(EU)을 비롯한 대다수 유럽 국가들은 “베네수엘라에서의 평화로운 정권 이양을 촉구해왔다”며 “어떤 상황에서도 국제법 원칙은 존중돼야 한다”고 비판했다. 중국은 “미국이 주권 국가의 대통령에 대해 무력을 사용한 것에 깊은 충격을 받았다”며 안보 침해 행위를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반면 이탈리아와 우크라이나·아르헨티나·이스라엘 등은 독재·인권 탄압을 일삼아온 마두로 정권을 지적하며 미국 공격에 정당성을 부여하는 모습을 보였다.
장현민 기자 memo@cpbc.co.kr